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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강명숙-미니어처로 빚은 세상

2025.04.01(Tue) 15:54:15

[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강명숙의 작품은 만듦새에서 완성도가 높고, 작품에 담아내는 내용이 어렵지 않다. ‘상자 안의 작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업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로 엮어 입체적 공간에다 연출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미니어처는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현대미술 작가들 중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강명숙도 그런 작가 중에서 눈이 띈다. 

 

강명숙의 작품은 만듦새에서 완성도가 높고, 작품에 담아내는 내용이 어렵지 않다. ‘상자 안의 작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업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로 엮어 입체적 공간에다 연출하는 방식이다. 

 

“항상 보았던 물건이나 거리 풍경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평소 느끼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 작업은 프레임 안에 포착된 사진 장면이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실제 현실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빛을 보다: 47×47×16cm Acrylic on wood, 혼합재료 2019


그는 주변 현실을 자신이 생각하는 장면으로 바꾸기 위해 미니어처로 만들고 입체적 공간으로 연출한다. 그런데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작가가 나무나 종이를 이용해 제작하고 색깔을 입혀 조립해낸다. 현실의 사물을 작게 축소해 놓았는데 현실감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 놀랍다. 강명숙의 입체적 회화가 갖는 강점인데, 오랜 시간 공들인 솜씨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중 ‘베이커리 숍’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은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의 제과점을 소재 삼은 작품이다. 

 

“레몬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이듯 빵 그림만 봐도 달콤한 향기가 떠오릅니다.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날의, 바로 그 순간의 감정들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적, 후각적인 자극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늘 다니던 베이커리 숍을 미니어처 회화로 만들었습니다.”

 

 

진실의 입(공간Ⅱ): 39×50×19cm Acrylic on wood, 혼합재료 2018

 

이 작품은 54×51×16cm의 공간 속에 베이커리를 부조식으로 연출한 것이다. 등장하는 모든 것은 작가가 직접 만들고 여러 가지 물감으로 칠해서 미니어처로 재현했다. 

 

쇼윈도에 배치된 여러 종류의 빵, 반쯤 열린 현관 문, 양 옆에 전등, 베이커리 앞 거리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 위쪽 창문과 화분, 식물까지도 모두 작가가 만든 창작품이다. 작게 만들어내는 솜씨도 놀랍지만 이들 배치해 현실감을 증폭하는 연출력도 뛰어나다. 

 

강명숙의 작품을 보는 이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미니어처로만 본다. 축소된 현실에 흥미를 보이다가 만듦새를 진지하게 관찰하게 되고, 이 모두가 작가의 솜씨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감탄하고야 만다. 

 

강명숙의 작업은 가성비를 떠받드는 요즘 미술계의 흐름에서 보면 역주행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손의 노동이 예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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