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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존법 찾아라] 한국형 AI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AI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 집중…기업용 솔루션, 헬스케어도 투자자 관심 커져

2025.03.28(Fri) 17:58:21

[비즈한국]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미국 빅테크 독주 속 중국은 방대한 지원과 인력을 토대로 판을 흔들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1위의 ‘IT 강국’ 한국은 AI 기술 분야에서 일찌감치 ‘2군’으로 밀려났다. 거대 자본과 데이터를 앞세운 선도국의 각축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AI 스타트업은 틈새 시장을 노려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또한 주요 IT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전쟁에서 살 길은 어디에 있을까. 혁신의 최전선에 선 우리 기업들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자금력은 AI 기술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지난해 챗GPT의 등장을 신호탄으로 AI 기술 개발을 둘러싼 ‘쩐의 전쟁’도 본격화됐다. 생성형 AI ‘키미’의 개발사 중국 문샷AI는 1년 전 투자금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조달에 성공했다. 단일 투자 기준 자국 AI 업계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오픈AI는 ‘딥시크 쇼크’에 따른 비용 논란에도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40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펀딩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국내 스타트업이 조달한 ‘쩐’은 조 단위 투자를 속속 유치하는 미국과 중국에 견주면 크게 뒤처진다. 하지만 경기가 위축된 지난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투자 여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을 살펴본다. AI 반도체부터 기업용 AI 솔루션, 영상·의료 등 특화 서비스 공략에 나선 기업이 주목된다.

 

AI 기술을 둘러싼 자금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도 규모의 투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가장 많은 누적 투자액을 확보한 AI 스타트업이다. 사진=리벨리온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500억 이상 유치 AI 스타트업 7곳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단일 투자 라운드 기준 500억 원 이상을 유치한 AI 관련 기업은 6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7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마무리 짓고 있는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를 포함하면 7곳이다. 

 

가장 최근으로는 LLM 특화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지난해 12월 5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도 △AI 인프라 구축 서비스 제공 IT 솔루션 컨설팅 기업 이테크시스템에서 1800억 원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1650억 원 △LLM ‘솔라’ 개발사 업스테이지 1000억 원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 900억 원 △영상이해 AI 전문 트웰브랩스 700억 원 등이다. 

 

국내 AI 스타트업 ‘삼대장’은 모두 지난해 500억 이상 유치에 성공했다. 2017년 사업을 시작한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특정 분야에서 더 높은 성능의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설계 전문 회사다. 기업가치 최대 4조 원이 전망되는 퓨리오사AI는 ‘워보이’, ‘레니게이드’ 등 상품 개발과 상업화 측면에서 국내 경쟁사 중 가장 앞섰다는 평가다. 

 

적자 구조가 장기화되며 올해 초 메타와의 M&A 논의가 진행됐지만 최근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 수천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은 퓨리오사AI가 미국 빅테크에 매각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인수가 최종 종료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또 다른 삼대장 리벨리온과 SK텔레콤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은 지난해 12월 합병 추진 6개월 만에 합병을 완료했다.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약 1조 3000억 원으로, AI 반도체 분야 한국 대표 유니콘이 됐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국내 스타트업 중 최초로 아람코의 전략적 투자(200억 원 규모)도 유치했다. 향후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퓨리오사AI의 1세대 칩 워보이 서버 이미지. ​사진=퓨리오사AI

 

#기업용 솔루션·의료 AI에도 투자금 몰려 

 

현재까지 투자 완료된 누적 금액 기준 상위 10개 스타트업은 △리벨리온(약 3000억 원) △퓨리오사AI(1700억 원) △반도체 설계자산 플랫폼 오픈엣지테크놀로지(1388억 원) △딥엑스(1361억 원) △업스테이지(1316억 원) △하이퍼엑셀(610억 원) △AI 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570억 원) △AI 기반 지적재산권(IP) 보호 기업 마크비전(540억 원) △산업용 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529억 원) △AI 기반 뇌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운영사 뉴로핏(513억 원) 등이다.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AI 반도체 분야 다음으로는 기업용 AI 솔루션에 투자금이 몰렸다. 업스테이지, 마키나락스, 마크비전 등은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으로 국내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  

 

의료 분야 연계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목도도 높았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의 투자 통계를 보면 바이오·의료·헬스케어 연계 AI 기술에 지난 한 해 동안 2216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전년보다 6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월 골다공증 AI 진단 기술 개발사 프로메디우스가 112억 원을 유치한 데 이어 AI 기반 수면질환 진단 솔루션 ‘솜눔’ 개발사 허니냅스가 158억 원을 조달했다. 의료 및 헬스케어 AI는 특히 미국 의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야다.

 

AI 비즈니스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웰브랩스, 콘텐츠 제작 플랫폼 뤼튼테크놀로지스 등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분야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AI 검색, 캐릭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뤼튼은 2023년 초 서비스 출시 후 채 2년이 안되는 기간 누적 투자금 480억 원을 확보했다. 영상 솔루션 트웰브랩스도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누적액 1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AI 시장에 1000억 원 넘는 돈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1분기 해외 VC 이탈과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요 스타트업으로의 양극화도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AI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AI 활용확산 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2027년까지  AI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을 5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는 5조 7000억 원을 AI·반도체 등 혁신성장 분야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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