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장형진 (주)영풍 고문과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장 고문의 (주)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와 연합해 최 회장과 맞섰다. 28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승리자는 최 회장이었다. (주)영풍이 패배함에 따라 MBK도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로서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 이후 비판의 대상이 된 가운데 실속도 챙기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김광일 MBK 부회장이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취임에 성공하면서 이사회에는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최윤범 회장, 순환출자구조 만들어 승리
장형진 고문 일가가 이끄는 (주)영풍과 최윤범 회장 일가는 지난해부터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이어왔다. (주)영풍은 MBK를 우군으로 영입해 지분 매입에 나섰다. 현재 영풍과 MBK 및 그 우군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 최윤범 회장 일가와 그 우군이 보유한 지분은 34%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분만 놓고 보면 영풍·MBK연합이 앞섰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재계에서는 당시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MBK연합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에 최윤범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고려아연의 호주 소재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윤범 회장과 영풍정밀로부터 (주)영풍 지분 10.33%를 인수한 것. SMC 지분 100%는 선메탈홀딩스(SMH)가, 그 SMH의 지분 100%는 고려아연이 보유했다. SMC가 영풍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고려아연→SMH→SMC→(주)영풍→고려아연’이라는 순환출자 구조가 탄생했다.
상법 369조에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 1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영풍도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영풍·MBK연합은 SMC가 해외 소재 유한회사이므로 국내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 같은 영풍·MBK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고려아연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SMH에 넘겼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주)영풍→고려아연’으로 변경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SMH는 SMC와 달리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영풍·MBK연합은 이에 항의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최윤범 회장의 승리도 사실상 확정됐다.

#MBK 경영권 다툼서 번번이 패해
예상대로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사실상 최윤범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우선 최 회장 측이 제안한 ‘고려아연 이사회 정원 최대 19명’ 안이 통과됐다. 이전까지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정원이 없었다. 영풍·MBK연합은 다수의 고려아연 이사를 선임한 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정원 제한 규정이 생기면서 영풍·MBK연합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도 당분간은 어렵게 됐다.
이번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는 총 8명의 이사가 선출됐다.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집중투표제로 진행됐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5명의 이사 후보가 출마할 경우 1주당 5표를 갖게 된다. 주주 한 사람이 5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투표 결과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5명, 영풍·MBK연합이 추천한 3명의 이사가 선출됐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10명, 영풍·MBK연합 측 인사 4명의 구도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만큼 향후 경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 정원이 19명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영풍·MBK연합이 향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 이사도 5명까지다.
눈에 띄는 점은 영풍·MBK연합이 추천한 김광일 MBK 부회장이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출됐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공동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는 외면한 채 고려아연 경영권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MBK에 “고려아연 지분을 팔아서라도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라”고 압박했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에 이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는 앞서 2023년에도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연합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대립했지만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MBK는 노동계와 정치권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실속마저 챙기지 못한 셈이 됐다.
한편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28일 고려아연 주주총회장 앞에서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파트너스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국민 기업인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기업 회생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건전한 기업을 망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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