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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회주택] LH 믿은 청년들, 천장 무너지고 곰팡이 가득한 집에서 살았다

LH와 위탁운영사가 서로 책임 전가, 하자 보수까지 '하세월'

2025.03.28(Fri) 17:52:58

[비즈한국]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사업이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전세사기 등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주택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간사업자가 위탁운영을 맡는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비즈한국은 10년을 맞은 사회주택의 문제점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LH 매입임대주택은 사회주택 유형 중 가장 완성된 모델로 여겨지지만, 최근 하자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초역세권, 월 25만 원, 풀옵션, 원룸’. 30대 김준호 씨(가명)는 지난해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시세보다 저렴한 좋은 매물을 겨우 찾아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고한 LH특화형 청년매입임대주택으로, LH가 건물을 매입한 후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사회주택’이었다. 

 

LH가 호텔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끝낸 ‘신축 같은 건물’이었다고 김 씨는 기억한다. 사회주택 위탁 운영사가 가전 및 가구를 풀옵션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안마기, 무인프린터 등을 구비해 커뮤니티실까지 마련해뒀다고 홍보했으며, 첫 입주자라서 침대, 에어컨 등이 전부 ‘새 것’이라고 강조했단다.

 

김준호 씨는 사회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다. 공동체 생활, 친환경 및 주거 공동체에 대한 생각, 입주신청 동기 등 평가 항목을 정성껏 적었다. 입주자 선발 면접도 봤다. 그렇게 김 씨는 2024년 8월 합격의 행운을 얻어 청년매입임대주택에 입주했다.

 

그런데 입주와 동시에 김 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위탁 운영사가 ‘새 것’이라고 홍보했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찜통더위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안에 갇힌 적도 있었다. 홍보 내용과 달리 커뮤니티실에는 안마기 등의 편의시설도 없었다. 리모델링을 한 건물이었지만 바닥, 벽지 등 하자도 넘쳐났다.​

 

김준호 씨가 촬영한 지난해 8월 집 안 온도. 사진=김준호 씨 제공


방치된 에어컨 내부 필터에 먼지가 가득하다. 처음 입주했을 때 상태다. 사진=김준호 씨 제공

 

방 바닥에도 하자가 발생했다. 사진=김준호 씨 제공


사회주택에서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던 김 씨는 LH와 위탁 운영사 측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양측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다. “LH는 하자가 LH의 책임이지만 위탁운영을 맡긴 후에는 위탁 운영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책임 공방이 길어졌다. 결국 양측이 함께 비용을 부담해 하자를 보수해주겠다고 했다. 아직 보수 중이고, 에어컨은 교체되지 않았다.”

 

김 씨를 비롯한 사회주택 입주자 모두가 겪어야만 했던 불편사항에 대해 LH 측은 “개선 중”이라고 했다. LH 관계자는 “에어컨 하자에 대해서는 보수 완료됐다. 그 외 경미한 하자는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어컨은 아직도 수리되지 않았다. 김 씨는 곧 다가올 여름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은 사회주택의 유형 중 가장 완성된 모델로 여겨진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달리 토지도 건물도 모두 공공기관 소유다. 운영만 민간기업이 맡아 ‘전세사기’ 위험도 없다. 특히 LH는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보증금을 주변 시세의 4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임대한다. 

 

그러나 LH를 믿고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은 ‘하자’에 시름하고 있다. LH 청년매입임대주택에 살다가 하자 때문에 최근 이사 나온 이상현 씨(가명)는 울분을 토했다. “집이 온통 곰팡이로 가득해 도저히 살 수 없었다. 하자 접수를 하니 LH는 위탁 운영사를 탓하고, 위탁 운영사는 LH에 책임을 떠맡겼다. 하자 접수 후 처리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박지민 씨(가명)도 “천장이 무너졌는데도 보수하기까지 몇 개월이나 걸렸다. 처음에는 보수가 불가하다고 했다”고 어이없어했다.

 

벽면 타일이 무너지고, 천장이 무너지고, 누수로 웅덩이가 생겼다. 괴담이 아니다. 모두 LH 매입임대주택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다.

 

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체 선정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어 당장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2023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한준 사장. 사진=박은숙 기자


이러다 보니 LH가 ‘하자건물만 매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21~2023년 3년 동안 LH 매입임대에서 발생하는 하자 보수가 52만 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2024년 매입임대 위탁관리용역 입찰에서 두 업체가 전체 수주금액의 80% 싹쓸이했으며, 여기에는 LH 전관이 재직 중이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한준 LH 사장은 “업체 선정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어 당장 시정하겠다”고 해명했지만, LH 매입임대주택의 하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LH 매입임대주택의​ 한 위탁 운영사는 “LH에 책임이 있더라도 운영사는 철저히 ‘을’이기 때문에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하자의 책임을 같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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