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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맥주, 술집 아닌 커피숍과 경쟁할 것”

‘맥주야 놀자’(세계 맥주 동호회) 권경민 회장

2014.03.18(Tue) 08:59:56

   
▲ '맥주야 놀자' 동호회 권경민 회장


“맥주 펍(Pub)들은 이제 술집이 아니라 커피숍들과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회원 수 5,270명을 자랑하는 맥주동호회 ‘맥주야 놀자’ 권경민 회장은 국내 맥주 시장의 트렌드를 이렇게 확신했다. 술이라기보다 기호음료라는 관점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외국맥주는 240종을 넘는다. 오는 4월부터는 개정된 주세법시행령에 따라 수제맥주(하우스맥주) 가게 창업 요건이 간소해져 맥주 시장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권 회장은 미국, 스위스에서 대학을 마친 후 미국에 돌아가 호텔 매니지먼트, 외식 산업 등의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맥주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한다.

“소주는 정말 싫어”

그는 “우리 회원들의 공통점은 소주를 정말 싫어한다는 것”이라며 “소주의 맛은 쓴 맛 한 가지 뿐이다. 그야말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소주”라며 손사래를 쳤다.“반면 맥주의 맛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수입맥주의 종류만 300여 가지로 각각 특유의 맛과 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동호회는 이런 맥주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했다.

“이젠 대낮에도 사람들과 만나 맥주 한잔 가볍게 나누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이태원을 중심으로 낮12시만 되면 문을 여는 맥주 가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처럼 대낮에 맥주가게에서 안주 없이 맥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지난 2009년 맥주 등의 주류를 팔았다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때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매출확대 전략이었고, 2002년에도 일부 매니아를 중심으로 하우스 맥주 가게가 생겼다가 없어진 일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확대되는 추세”라며 상황이 달라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아직 큰돈을 벌 정도로 수요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 참석자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커피숍의 주요 고객이 여성이라는 점과 술을 팔게 되면 남성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요즘 남성들의 술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맥주 가게들이 커피숍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은 허황된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동호회는 중소맥주회사들의 활로 역할”

권 회장은 ‘맥주야 놀자’ 동호회가 중소맥주회사들의 활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맥주를 갖춰야 하는데 대기업 위주의 맥주 시장은 소비자 기호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주류시장에서 유통 경로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이 우리 동호회를 활용해 품질테스트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야 놀자’ 네이버 카페의 하루 클릭수가 2만 번을 넘어 중소업체 제품을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기업인 OB와 하이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은 연간 4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중 98%가 OB와 하이트 등의 대기업 제품”이라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대기업들이 앞서서 수입맥주를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주세법이 바뀌면서 하우스맥주의 진입장벽이 완화됐다지만 하우스맥주의 유통은 쉽지 않다”며 “질 좋은 하우스맥주를 주점에서 판매하려 하면 대기업들이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 규모의 다양한 맥주를 살리기 위해선 맥주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야한다”며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지면 중소 양조장들이 쉽게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선 온라인 카드 거래로 정확하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맥주로 자살충동 극복

권 회장은 동호회를 만든 계기에 대해 “동호회는 2013년 3월에 창립했다. 수입맥주 정보를 교환하면서 함께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취지였다”며 “90년대 초반 중고차를 몰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미국 외식 산업의 거대함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 미국과 스위스에서 호텔 관련 학위를 딴 후 미국 중부 테네시 주의 오프리랜드 호텔(Opryland Hotel & Convention Center)에 취직했다. 당시 단일 규모로는 세계 2위의 호텔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최단기간에 식음료부문 어시스턴트 매니저가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에 ‘K&S International,co,ltd’ 라는 법인 회사를 설립해 일식집, 캐주얼 레스토랑, 버블티 카페를 운영했지만 순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 때 미국인들이 다양한 맥주를 조금씩 마시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건강하게 느껴졌다”면서 “소주의 쓴 맛을 통해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술은 즐겁게 마시는 게 더 좋다고 본다. 힘들었던 그 시절 미국맥주를 아내와 함께 즐기며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것이 힘들었던 당시를 극복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 맥주의 풍부한 맛과 향기를 즐기는 것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을 그 때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전통주를 즐기시는 분들이 우리 동호회를 비판할 때도 있지만 전통주가 가진 매력을 잘 모르겠다”며 “특히 인삼주나 복분자주 등은 건강에 좋다고 홍보를 하는데, 정말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술의 본질은 즐기는 거다. 즐기려면 건강하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 우리 동호회는 장애우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또 맥주관련 책의 출판이나 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해 이웃돕기 기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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