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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동수단 또 나올 땐 어쩌나" 공유 킥보드 '퇴출'만이 답일까

민원에 지자체 단속·금지 확대…업계 "현실적 제도, 관련법 절실"

2025.03.24(Mon) 15:40:19

[비즈한국]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꼽히던 공유 전동 킥보드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불법주차, 사고 위험성 등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자체들은 공유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운행 금지 지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규제와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안전도 미래 비즈니스도 잃게 됐다며 안타까워한다.

 

인도에 공유 킥보드가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금지하고 단속하고…길 위의 골칫덩이로

 

2018년 국내 첫선을 보이며 혁신 모빌리티로 떠올랐던 공유 전동 킥보드는 이제 길 위의 골칫덩이 신세가 됐다. 사용자들이 킥보드 이용 후 보도에 기기를 함부로 버려두면서 불법 주차문제가 커졌고,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도 늘고 있다. 각 지자체에는 공유 전동 킥보드를 퇴출하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지자체들이 공유 전동 킥보드에 대한 규제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부 지역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하며 킥보드 단속에 나선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초구 학원거리와 홍대 레드로드를 ‘킥보드 통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했고, 4월부터는 이 구간에서 전동킥보드 주행 적발 시 범칙금 2만 원을 부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구 밀집 지역, 사고 다발 지역을 시범 운영 지역으로 선정했다. 현재 안전표지판을 설계 중이고, 안전표지가 부착된 후부터 단속을 시작한다”며 “향후 각 자치구 분석을 통해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지역은 (금지 구역으로) 추가 지정해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주차한 전동 킥보드의 견인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인천 연수구, 광주 서구, 부산 기장군, 전북 전주시, 충남 아산시 등은 불법 주차된 공유 전동 킥보드가 신고되면 견인 조치를 하고 업체에 견인비를 부과한다.

 

인천 연수구의 경우 단속 시행 20여 일 만에 1000건 이상의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 역시 4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신고 건수(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가 940건가량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통행에 애로사항이 크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많았다. 신고가 들어온 후 3시간 내 업체가 현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견인하는 방식”이라며 “신고 후 견인까지 이어진 것은 총 6건이다. 그래도 업체들이 유예 시간 내 정비를 빠르게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한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견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운행을 포기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불법 주차에 대한 견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1곳이 철수를 결정했다. B 업체도 지난해까지 수원시에서 운행하다가 올해부터는 운행을 종료했다. 2021년 말부터 씽씽, 지쿠터 등과 제휴를 맺고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선보였던 티맵모빌리티도 26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업체 관계자는 “불법 주차문제로 인한 고충이 어마어마하다. 국내 사용자들은 기기 반납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다. 본인 소유가 아니다 보니 공유 킥보드를 제대로 주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개인 소유의 전동 킥보드는 불법 주차문제가 전혀 없다. 본인에게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제도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견인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더는 국내 시장에서 PM(개인형 이동장치, Personal Mobility) 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기자전거의 경우 불법 주차를 해도 견인하지 않는다. 전동 킥보드에만 규제가 들어가 있다. 불공정 규제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전동 킥보드 이용 시에는 원동기 면허를 소지해야 하며,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전문가 “현실적 규정 재검토”, “업체들 협조도 필요”

 

업계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 운행을 제한하는 지자체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행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한국PM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글로벌 PM 기업 몇 곳은 국내에서 철수했다. 우리나라는 PM 불모지가 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을 금지한다는데 답답한 심정이다. 1년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2800명 정도지만, 그렇다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규정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고와 불편함 때문에 무작정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미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에 해당한다. 운전면허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보도 통행은 불가하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를 기존 제도에 끼워 맞추려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PM을 위한 별도의 제도와 관련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전동 킥보드를 도로에서 타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는 것을 타본 사람은 안다. 현재 PM 관련 제도나 법이 다 이런 식이다. 현실적이지 않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개인 이동수단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모든 장치를 지금처럼 원동기장치자전거에만 맞춰 관리하는 방식을 고집할 것인가. PM은 새로운 이동수단인 만큼 그에 맞는 새로운 제도, 관련법이 필요하다. 도로교통법이나 자동차관리법에 PM 관련 챕터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공유 전동 킥보드의 최대 속도를 낮추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PM 업체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현재 공유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유 전동 킥보드의 속도를 시속 17~18km로 낮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중고생 대상의 교육 강화도 절실하다. 김 교수는 “학교로 직접 찾아가 학생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고, 시험을 봐서 현장에서 수료증을 주는 방식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반복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중고등학교 대상 전동 킥보드 교육을 시작했다. 신청 학교만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보니 교육 횟수가 많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전동 킥보드 교육 횟수는 43회(1만 6950명)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에도 PM 관련 교육을 조금씩 하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교육 대상 인원, 학교는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PM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미래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둘 다 잃어버린 상태다. 전동 킥보드는 서서 움직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장 불안한 장치 중 하나다. 그래서 이 불안정한 이동수단을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규제 말고 PM 산업에 맞는 제대로 된 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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