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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KF-21, 해외 수출과 전력 공백의 기로에 서다

조기 수출시 공군 인도 지연 가능성 제기…인니 생산라인 조기가동 및 시제기 투입 고려해야

2025.03.20(Thu) 10:13:54

[비즈한국] KF-21 블록 1에 대한 해외 고객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도 양산 물량이 40대에서 20대로 축소되며 기대감이 낮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 이제는 오히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일까.

 

수출형 KF-21 상상도. 사진=김민석

 

KF-21의 원래 계획은 초도 작전 능력(블록 1)을 갖춘 기체 40대를 2026년부터 양산하고, 완전 작전 능력(블록 2) 기체 80대를 2028년부터 생산해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우리 공군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경제성 및 사업 타당성 재검토로 인해 초도 물량이 축소되었고, 지난해 20대 계약이 이루어진 데 이어 올해 추가로 20대를 계약할 예정이다. 블록 2 양산에 대한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당초 방위사업청(DAPA)과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계획은 2028년부터 블록 2가 양산되면 해외 판매를 본격화하고, 2032년 공군 배치 물량 생산 종료 후 본격적인 수출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과 비슷한 일정으로 48대를 면허 생산하고, 향후 수출 물량 생산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면허 생산 라인 구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분담금 문제는 해결되어 가고 있지만, 면허 생산 설비 설치, 생산 기술 이전 준비, 설비 건설 및 구매 비용 조달 방안이 여전히 불확실하다. 심지어 몇 달 전에는 KF-21을 면허 생산할 PT DI(인도네시아항공)의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지급을 약속하는 사태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KF-21에 대한 해외 관심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수출은 개발국이 실전 배치를 완료한 후 성능을 검증받은 뒤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라팔(Rafale) 전투기는 실전 배치 후 10년이 지난 2015년에야 첫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제 정세 변화로 각국의 전투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KF-21의 수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전투기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들은 2027년, 즉 한국 공군이 KF-21을 인도받는 시점과 같은 일정으로 KF-21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해외 수출이 앞당겨질 경우, 우리 공군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32년까지 120대의 KF-21이 배치되어야 하지만, 수출 일정이 앞당겨지면 노후화된 KF-5E/F 전투기의 장기 운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반대로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산 전투기 수출 기회를 놓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기 수출을 대비한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 첫 번째 방안은 폴란드 공군이 도입한 FA-50PL을 우리 공군용으로도 같이 생산하여 전력 공백을 보완하는 것이다. FA-50PL은 AESA 레이더와 AIM-120C 암람(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 공중 초계 및 요격 임무에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후 KF-21 생산설비가 안정화된 뒤, FA-50PL을 중고 기체로 판매하여 기존 FA-50 구매국인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의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강화해 KF-21의 면허 생산을 조기 진행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KF-21을 면허 생산하는 이유는 공군 전력 확보뿐만 아니라 자국 방위산업 육성에도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슬람권 국가 수출 시 인도네시아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PT DI의 경영 안정화와 48대 구매 확약 및 구매 비용 납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 방안으로는 현재 개발된 KF-21 시제기 6대를 전투 임무에 투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보통 시제기는 양산기와 설계가 달라 호환성이 낮지만, KF-21은 비교적 안정적인 개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전투 임무에 투입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시제기들은 KAI에서 운영하며 시험평가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를 일부라도 공군이 활용한다면 초도 생산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기 수출은 너무 안 팔려도 문제지만, 너무 잘 팔려도 고민이 되는 특이한 상품이다. KF-21의 성공적인 해외 판매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수출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KF-21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창의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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