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진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24년 8월 이후 30%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외국인 보유 금액은 2023년 말 738조 원에서 2025년 1월 666억 조원까지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105개 저평가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매주 한 가지를 선정해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분석하고, ‘국장의 추락’을 막을 기대주인지 알아본다.

방위산업주는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테마주로 꼽힌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수록 주목받는 종목이라서다. 19일 기준 코리아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6위에 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상승세만 봐도 방산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방산, 해양, 우주 분야 대표 종목이다.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 자주포, 장갑차, 해양 제품, 우주발사체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을 강화하면서 2014년 삼성그룹에서 삼성테크윈을 사들였고, 2018년 사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변경했다. 2022~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방산과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 하면서 방산 계열사를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상승했다. 2024년 12월 20일 30만 5000원이었던 주가는 3월 18일 76만 4000원까지 뛰어올랐다. 3개월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3조 9023억 원에서 34조 824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18일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년 수익률은 무려 318.1%에 달한다. 6개월 수익률은 159.7%, 3개월은 146.5%, 1개월은 30.5%다.
국내 방산주가 치솟은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 방산업체의 호실적이 자리한다. 지난해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실적이 좋았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안한 해외 정세로 인해 올해도 수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방위비를 증액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방산업계엔 기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4년 매출은 11조 2462억 원, 영업이익은 1조 7247억 원으로 전년(7조 8897억 원, 5943억 원) 대비 각각 43%, 190%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지상 방산이 회사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2024년 지상 방산 부문 매출은 7조 56억 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한화시스템(2조 8037억 원), 항공우주(2조 455억 원)가 이었다. 영업이익도 지상 방산이 1조 5659억 원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고, 한화시스템(2193억 원)과 항공우주(-433억 원)의 비중은 미미했다.

워낙 주가가 오른 덕에 투자자 수익률은 크지만, 별다른 주주환원책을 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화 계열 상장사 중 지금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곳은 없다. 셀트리온이 3월 18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리아밸류업 상위 10위 종목 중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남았다.
그나마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주주환원책으로 “적절한 수준의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3개년도에는 현금배당을 실시했다”며 “향후 회사 경영 상황과 코스피·동종업계 기업의 배당 수익률을 감안해 주주환원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목표치나 방안은 명시하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48만 주, 2020년 보통주 93만 주를 소각한 이후 최근 4년(2021~2024년) 사이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다.
다만 배당을 확대하고 인적 분할, 지분 매입, 투자 등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월 24일 결산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3500원으로 발표했다. 전년도 배당금은 1주당 1800원으로, 1년 사이 94.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당금 총액은 910억 원에서 1591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 2월에는 사업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한화오션 지분을 34.7%에서 42.0%로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4년 4월 5일에는 시큐리티 사업과 산업용 장비 산업을 분할해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9월 1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세웠다. 분할 이전 20만 원대였던 주가는 이후 30만 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방산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목표 주가를 높인 상태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수출의 높은 수익성을 감안하면 2025년에도 2024년과 유사한 마진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지상 방산의 실적이 지속되고 한화오션, 한화시스템과 해양 사업에서 시너지를 감안하면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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