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 복귀에 실패하자 국내 롯데 주식을 전부 매각해 현금 1조 3000억 원을 거머쥐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싱가포르에 법인 3개를 설립한 사실을 뒤늦게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롯데 2세 신동주 회장, 조세회피처 싱가포르에 법인 3곳 설립).
신동주 회장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한 걸까. 베일에 감춰졌던 숨은 조력자의 흔적을 비즈한국이 추적했다.

신동주 회장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싱가포르에 법인 3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등기 자료(Bizfile)에 따르면 2021년 6월 11일 신탁금융사 ‘S&C FUND’와 패밀리오피스 ‘OFFICE S&C’를, 이듬해 3월 4일 지주사 ‘SD&CE HOLDINGS’를 설립했다. 회사명에 들어간 ‘S’와 ‘SD’는 신동주 회장 본인, ‘C’와 ‘CE’는 아내 조은주 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SD&CE HOLDINGS’의 지분은 신동주 회장이, 신탁사 ‘S&C FUND’와 패밀리오피스 ‘OFFICE S&C’의 지분은 지주사 ‘SD&CE HOLDINGS’ 전부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신동주 회장이 지주사 위에서 세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싱가포르에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제보자는 “신 회장이 지주사에서 높은 배당금을 챙겨 자금을 세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이 싱가포르 법인 설립 과정에서 시민권이나 영주권은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등기 자료(Bizfile)의 비즈니스 프로필 정보에는 세 회사의 등기임원인 신동주 회장과 아내 조은주 씨의 ‘Nationality(국적)/Citizenship(시민권)’이 ‘KOREAN, SOUTH’로 적혀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통장 계좌번호 등이 알파벳과 숫자로 조합된 9자리의 핀번호(Identification)를 사용하는데 두 사람 모두 핀번호 맨 앞자리가 ‘G’이다. ‘G’는 취업비자를 뜻한다. 신동주 회장 부부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고, 취업비자를 받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취업비자를 먼저 발급받은 건 신동주 회장의 아내 조은주 씨다. 두 사람의 싱가포르 핀번호 뒷자리를 살펴보면 조은주 씨가 신 회장보다 세 자리나 앞선다. 조 씨가 메인비자(EP, Employment Pass)를, 신 회장이 동반비자(DP, Dependant Pass)를 취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동반비자는 지원자가 직접 신청하는 게 아니라 메인비자 소지자가 고용주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즉 조은주 씨가 주도적으로 싱가포르행 길을 닦고, 신동주 회장이 따라온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메인비자 소지자는 월 고정소득이 6000SGD(싱가포르 달러, 약 655만 원) 이상이어야 하므로 조 씨가 세 법인에서 매달 급여로 최소 6000SGD를 받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은주 씨가 신 회장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과거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동주 회장의 거취를 두고 ‘조은주 조력설’이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오너 일가 사정을 잘 아는 롯데그룹 전직 임원은 “신동주 회장은 평소 조용하고, 극도로 내성적인 스타일로 경영 활동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했다”며 “그런 그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자 그룹 내부 상황을 아는 많은 전현직 임원들이 아내 조 씨가 사실상 분쟁을 조장하거나 이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조은주 씨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10월 신동주 회장이 SDJ코퍼레이션 설립 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한국말이 서툰 신 회장 옆에서 조 씨가 통역을 했다. 조 씨는 2017년 5월 SDJ코퍼레이션 이사에, 2017년 6월에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일본 광윤사 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 부부가 싱가포르 취업비자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신동주 회장과 아내 조은주 씨가 싱가포르 취업비자를 취득한 시점은 법인 설립 1년 후인 2022년 6월 28일로 확인된다. 싱가포르 회사법(Company Act)에 따르면 법인 등기이사 중 최소 1인은 싱가포르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여야 하고, 법인 설립 후 외국 등기이사 고용비자(Employment Pass)를 취득하고 현지 주소지가 있는 사람도 법인의 등기이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신 회장의 세 회사 중 패밀리오피스 ‘OFFICE S&C’만 싱가포르인이 등기이사로 돼 있다. 나머지 두 회사에는 신동주 회장 부부만 주주명부에 올라 있다. 설립 시점부터 두 사람이 등기이사였고, 중도에 등기이사가 바뀌지 않았다면 이 역시 회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제보자는 “싱가포르에서는 돈 많은 외국 부호들이 패밀리오피스를 많이 설립하고, 이 과정에서 사소한 불법 행위가 종종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동주 회장이 법인 설립 이후 등기이사를 변경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으나, 변경하지 않았더라도 적발되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싱가포르노동청(MOM)은 이런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의 비자 갱신 시점에 불법 여부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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