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K컬처 리포트] 아이유와 지수, 연기돌 넘어 '하이브리드 아티스트'로

가수 출신으로 연기하면서 음악 활동도 병행…글로벌 플랫폼 타고 해외 데뷔도 늘어나길

2025.03.19(Wed) 14:57:20

[비즈한국] 아이돌 출신이 연기자로 활동하는 일이 예전에는 드물었지만, 요즘은 빈번해졌다. 아니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연기돌’이 보통명사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핑클 이효리는 안타깝게 자리매김하지 못했지만, 유진(S.E.S.), 정려원(샤크라), 수지(미쓰에이), 혜리(걸스데이), 윤아(소녀시대), 정은지(에이핑크) 등 걸그룹 출신으로 현재 연기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이준호(2PM), 육성재(비투비), 임시완(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옥택연(2PM), 도경수(엑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윤계상(god)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성공한 사례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글로벌 스타가 된 아이유.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자가 된 뒤 음악 활동을 접는 다른 연기돌과 달리 아이유는 여전히 활발하게 음악과 연기를 병행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물론 뮤지션 출신으로 연기 활동을 하는 게 연기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현대사에서도 ‘예인(藝人)’은 노래와 연기를 함께했다. 연예(演藝)라는 게 예술을 널리 흐르게 하는 것이고 이를 담당하는 이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출신이 아니라 솔로 가수로서 연기자로 성공한 사례로 장나라와 아이유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장나라는 ‘굿 파트너’로 드라마 복귀를 성공적으로 알렸고, OTT 시대의 한류 스타로 다시금 자리매김했다. 아이유는 최근 ‘폭싹 속았수다’로 글로벌 연기자로 부각했고, 이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 이후 그의 ‘인생작’으로 불리게 되었다. ‘나의 아저씨’보다 연기도 훨씬 더 폭넓고 깊어져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까지 잘 표현했다.​

 

아이유가 다른 솔로 가수 출신 연기자와 다른 점이 있다. 연기돌이나 가​수 출신 연기자는 대개 음악 활동을 더는 함께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뒤 음악계를 떠나 연기 활동을 하는 것은 음악 장르를 수단화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음악을 수단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결국 음악을 버린다면 진정한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유는 가창력 있는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배우로 활동한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아티스트(hybrid artist)’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이유는 수없이 기획사 오디션을 보았지만 낙방했다. 그를 떨어뜨린 기획사 가운데는 JYP도 있었다. 아이유를 낙방시킨 기획사들을 뭐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댄스 음악 중심의 대형 기획사는 아이유의 가치를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다면 아이유의 잠재력이 훼손됐을 수도 있다. 아이유는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같은 곡이라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알 정도로 음악적으로 영민하다. 이러한 영민함으로 스스로 곡을 창작하고 반영했다. 기획 육성하는 아이돌이었다면 오늘날의 아이유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아이유 같은 솔로 가수 출신만이 연기와 뮤지션을 겸업하는 하이브리드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블랙핑크 지수는 메인보컬로 작사 작곡을 하는 가운데 드라마 ‘설강화’에 이어 ‘뉴토피아’, 그리고 ‘월간 남친’에 출연했다. 젊은 청춘 캐릭터를 넘어서서 연기력의 폭을 좀 더 넓힌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당연하게’ 음악을 내버리지 않고 연기와 병행하기도 기대한다. 

 

블랙핑크 지수는 메인보컬로 작사 작곡을 하는 가운데 드라마 ‘설강화’에 이어 ‘뉴토피아’(사진), 그리고 ‘월간 남친’에 출연했다. 사진=쿠팡플레이


앞으로도 아이돌 출신 가운데 음악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아티스트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이제 기획형 아이돌보다는 자율형 아이돌이 대세가 되었다. 스스로 아티스트의 입지를 구축할 역량을 갖추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나 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영민하게 포착하고 반영하는 역량과 부단한 노력일 것이다. 그것이 셀럽의 존재 이유이며 연예인에게 주어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리아나 그런데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지만 원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영화 ‘위키드’로 글로벌 연기자로 부상했다. 레이디 가가는 음악 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인상적인 주연 연기를 펼쳤다. 앞서 ‘하우스 오브 구찌’, ‘스타 이즈 본’으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우리 뮤지션들도 할리우드에서 그렇게 데뷔하는 날이 올 것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K컬처 리포트] 청춘스타를 지켜줄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 [K컬처 리포트] 셀럽, 악플, 가십…'죽음 부르는 악순환' 언제까지
· [K컬처 리포트] '학교' 넘어선 K-학원물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까닭
· [K컬처 리포트] 지금 '아티스트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
· [K컬처 리포트] 가상 아이돌 인기의 실체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