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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41년 만에 바뀐 대한항공 CI "방향은 옳았다, 이제 시작일 뿐"

심벌·로고타입·한글 전용서체 등 간결하게 통합…국제적 감각 돋보이나 일부 디테일 '아쉬움'

2025.03.19(Wed) 10:47:53

[비즈한국] 대한항공이 최근 서울 강서구 본사에 있는 격납고에서 ‘KE 라이징 나이트’ 행사를 열고 기존과 상당히 달라진 새 CI와 항공기 리버리(도색) 디자인을 공개했다. 2022년 초 특허청에 유사한 형태의 로고를 출원하면서 CI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큰 틀은 유지된 상태로 공식 발표됐다. 41년 만에 이루어진 CI 교체는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한 통합을 위한 성격이 짙다.

 

대한항공이 41년 만에 새롭게 바꾼 CI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한 통합을 위해 심벌, 로고타입, 한글 전용서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통합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41년 만에 새롭게 바꾼 CI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한 통합을 위해 심벌, 로고타입, 한글 전용서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통합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1984년 공개된 직전 로고는 동체의 하늘색 도색과 함께 오랫동안 대한항공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KOREAN AIR’ 문자열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태극무늬 심벌은 항공기 프로펠러의 고속회전을 나타내는 동시에 국적기로서 대한항공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것이었다. 한글, 한자, 알파벳 로고타입 중 가장 널리 쓰인 것은 두껍고 부드러워 무게감과 함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라틴 알파벳 버전이다.

 

이번 CI 변경의 핵심은 심벌과 로고타입, 그리고 한글 전용서체의 도입이다. 심벌의 경우 색상 적용 면적이 넓은 면 위주에서 좁은 선 위주로 바뀌었으며 색상도 다크 블루 하나로 통일됐다. 태극 문양의 곡선에서 모티브를 얻은 로고타입은 K, R 등 사선으로 마감되는 획 끝부분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업종의 특성을 표현했다. 로고타입과 연계된 전용서체 역시 깔끔한 고딕을 기반으로 태극 문양에서 가져온 굴림을 주요 자소에 적용했다. 함께 발표된 픽토그램에도 전용서체와 유사한 디자인 특징을 적용함으로써 문자 간의 통합성을 이뤘다.

 

변경된 CI에는 긍정적・부정적인 면이 모두 존재한다. 옛 로고타입은 한글/한자(대한항공/大韓航空)와 라틴 알파벳(KOREAN AIR)의 디자인과 두께가 모두 달라 시각적 연결성이 약했다. 한 번 개발된 CI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중간 리뉴얼 없이 장기간 쓰인 경우에는 시대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 두 회사가 합쳐져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시점의 시각 이미지 통일은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심벌, 로고타입, 전용서체가 큰 무리 없이 연계되어 그간 중구난방으로 쓰이던 주요 시각 요소를 무난하게 통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존의 스카이블루에 펄 효과를 더해 차분해진 항공기 리버리 역시 경쾌함은 줄었지만 훨씬 고급스러워져 CI와 조화를 이룬다.

 

바뀐 CI는 기존의 다소 중구난방이던 요소들을 잘 정리하고 국제적 감각을 잘 반영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바뀐 CI는 기존의 다소 중구난방이던 요소들을 잘 정리하고 국제적 감각을 잘 반영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부정적인 면은 디테일에 관한 것이다. 상모의 리본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새 심벌은 대한민국 최대 국적 항공사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더라도 ‘언제적 상모놀이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1세기 한국 항공사의 심벌을 위해 가져올 수 있는 레퍼런스가 결국 전통문화밖에 없다면 슬픈 일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빅 브랜드 상징물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높은 인지도를 지닌 것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심벌의 좌우 끝은 매끄럽게 돌아나가는 곡선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마치 컴퓨터 드로잉에서 펜 툴의 핸들을 덜 당긴 것처럼 뾰족하게 느껴진다. 한글 전용서체는 모임꼴별 좌우 글자폭의 편차가 커서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한항공의 CI 변경은 항공사가 지닌 상징성만큼이나 수많은 갑론을박을 낳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경 방향만큼은 국제적 감각에 부합하는 옳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기업 아이덴티티 관리는 장기간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면서 시의적절한 터치를 더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처음부터 완성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듬어 단단해지는 것이다. 41년간 사용된 옛 CI가 큰 변화 없이 쓰였다면, 이번 CI는 앞으로 40년간 큰 틀은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리뉴얼을 통해 퀄리티와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길 바라본다.​

 

다만 전통문화에 의존한 심벌의 모티브 선택이나 일부 디자인 디테일에 아쉬움이 남아 앞으로의 지속적 리뉴얼을 통한 완성도와 정체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다만 전통문화에 의존한 심벌의 모티브 선택이나 일부 디자인 디테일에 아쉬움이 남아 앞으로의 지속적 리뉴얼을 통한 완성도와 정체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 ​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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