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사 (주)LS 지분을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호반그룹이 LS그룹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호반그룹이 (주)LS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면 주주제안권 행사 등을 통해 LS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능하다.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주)LS 지분 약 3%를 인수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전력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주)LS의 자회사 LS전선은 매출이 2023년 6조 2171억 원에서 2024년 6조 7653억 원으로 8.8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25억 원에서 2745억 원으로 18.07% 증가하는 등 실적이 상승세다. LS전선은 비상장사다. LS전선의 기업가치 상승이 (주)LS 주가에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호반그룹이 LS그룹 경영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이 순수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라고 공식적으로 강조한다”면서도 “일각에서는 LS그룹 경영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전했다.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과 LS전선이 분쟁을 겪고 있는 것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LS전선은 2019년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모두 LS전선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전선은 3월 13일 2심 재판 후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대한전선은 아직까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논란도 있다. LS전선 공장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가 이후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계했는데, 이 과정에서 LS전선의 기술이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호반그룹의 (주)LS 지분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주)LS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 12일 10만 1800원에서 다음날인 13일 12만 1100원으로 18.96% 상승했다. 그다음 날인 14일에도 전거래일 대비 7.43% 오른 13만 100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대두돼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그룹은 LS그룹 경영권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LS 지분은 총 32.12%다. 18일 종가인 12만 28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구자은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LS 지분 가치는 총 1조 2700억 원에 이른다. 다르게 말하면 호반그룹이 1조 2700억 원 이상 돈을 투입해 (주)LS 지분을 매입하면 이론적으로는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호반그룹은 현재 한진칼 지분 17.90%를 갖고 있다. 18일 종가 8만 3500원으로 계산하면 한진칼 지분 가치는 총 9976억 원이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고 (주)LS 지분을 인수하면 추가 비용은 크게 들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호반그룹 자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말 기준 999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호반그룹의 LS그룹 경영권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주)LS의 자사주는 총 15.07%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 세력인 제3자에게 양도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구자은 회장 측 지분은 47.19%로 늘어날 수 있다. 구자은 회장에게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법도 있다. (주)LS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구 회장 측의 (주)LS 지분율은 37.82%가 된다.
국민연금공단도 (주)LS 지분 12.86%를 갖고 있다. 구자은 회장 일가와 국민연금 지분, 자사주를 모두 합치면 그 지분율은 60%에 달한다. 호반그룹이 시중에 유통되는 (주)LS 지분을 전량 매입해도 40% 수준에 불과하다. 즉 호반그룹이 소액주주 지분을 전량 매입하고, 국민연금이 호반그룹의 손을 들어줘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LS그룹에 큰 논란이 없는 만큼 국민연금이 호반그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지분 구조를 감안했을 때 호반그룹이 LS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소설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변수는 있다. 구자은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가진 (주)LS 지분은 32.12%지만 구 회장 개인 지분은 3.63%에 불과하다. 구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자 45명이 (주)LS 지분 32.12%를 나눠 가졌다. 특정인 몇에게 몰리지 않고 45명이 비교적 고르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 일가 중 누군가가 호반그룹과 손을 잡는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조현아(조승연으로 개명)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거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그렇지만 LS그룹 오너 일가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한 적은 특별히 없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하면서 오너 일가가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도 이 원칙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호반그룹이 LS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 현행법상 지분을 3%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권, 임시주주총회 소집권, 회계장부 열람권 등을 가진다. LS그룹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현재 호반그룹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만큼 LS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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