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홈플러스가 입점업체 대상의 지연된 1·2월분 정산금 처리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입점업체 사이에서는 1월 미정산분을 받아 겨우 한숨을 돌렸으나, 아직 2월분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안심할 순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급을 위해 사재 출연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이 잇따른다.

#‘1월분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
홈플러스는 3월 1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채권 조기변제 허가를 신청했다. 11일 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입점 점주 대상의 미지급 정산대금 변제를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매장 내 점포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할 1월, 2월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미지급 정산대금은 1127억 원 상당이다.
통상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권의 임의 변제가 불가능하지만, 법원은 홈플러스의 정상 영업을 위해 협력업체에 조기변제를 허가했다. 법원은 앞서 7일에도 협력업체에 대한 2024년 12월, 2025년 1·2월의 물품·용역대금 등 3457억 원 상당 상거래채권 조기변제를 허가한 바 있다.
현재 홈플러스 입점업체 사이에서는 1월 미정산금을 지급 받아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2월분에 대한 정산 작업이 이달 말로 예정된 만큼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사업주는 “1월 미정산금을 받아 겨우 한숨을 돌렸다”며 “하지만 아직 2월 정산금은 받지 못했다. 이달 말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제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13일까지 상거래채권 중 3400억 원을 상환 완료했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을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3일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 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 없다”고 언급했다.
홈플러스 측은 “1월분 대금 결제일은 3월 4일, 2월분은 31일이다. 그래서 아직 2월분 정산이 안 된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상거래채권을 계속해서 변제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입점업체 사이에 퍼진 불안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산 지연 우려에 홈플러스 전용 카드단말기 대신 외부업체 단말기를 설치하거나 현금 이체 등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매장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빠르게 설치 가능한 외부업체 단말기를 찾는다’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홈플러스에서 점포를 빼겠다는 입점업체도 생기는 분위기다. 한 푸드코트 입점업체 대표는 “그동안 매출이 나쁘지 않아 운영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정산 지연 문제를 겪으며 가게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며 “싸게 팔아 빨리 정리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 매장을 빼진 않았지만 영업 종료를 예정한 업체도 적지 않은 눈치다. 홈플러스 한 점포는 푸드코트 7개 매장이 영업 중인데 그중 일부 업체는 이미 매장을 내놓은 상태다. 점포 관계자는 “현재 2~3개 정도의 자리에 추후 입점할 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포의 관계자도 “운영을 종료하고 나가려는 업체들이 몇 곳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임대매장(테넌트) 수는 8000개가량으로 집계된다. 최근 대형마트 업계는 임대매장 비중을 확대해왔고, 그 중에서도 홈플러스는 테넌트 비중이 높은 브랜드로 꼽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산대금 지연 등을 겪은 입점 업체들이 불안감에 하나둘 매장을 비울 가능성이 크다”며 “홈플러스 매대에 물건이 비는 것보다 계산대 밖의 매장, 코너들이 하나씩 철수하기 시작하면 점포가 급격히 썰렁해진다. 그때부터는 고객이 홈플러스를 찾지 않게 되고, 매출도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결정 “소상공인 범위·금액 추산 중”
16일 홈플러스 측은 소상공인 결제대금을 원활히 지급하기 위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장을 말한다. 홈플러스 입점 업체 중 소상공인의 비율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사재 출연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도 사재 출연 결정은 단순한 여론 달래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방편적 사재 출연이 아닌, 추가적인 사재 출연을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중단하고 기업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김 회장은 17일부터 상하이와 홍콩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18일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기로 하고 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김 회장은 상하이, 홍콩 등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홈플러스 측은 “사재 출연 규모는 현재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소상공인, 영세사업자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할지와 그에 따른 금액이 어느 정도일지 등을 추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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