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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 회장, 홈플러스 사재 출연 약속에도 비판 이어지는 까닭

"고려아연, 사정기관 의식해 내놓은 조치" 진정성에 의문…홈플러스 노조 "여론 달래기용 의심"

2025.03.18(Tue) 11:50:43

[비즈한국]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에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은 가라앉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나 시기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앞두고 여론을 관리하려는 시도로 본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제공

 

MBK는 16일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에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며 “회생법원의 보호 아래 홈플러스가 정상 영업 활동을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여러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면 홈플러스 유동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MBK는 구체적인 출연 규모나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이 홈플러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는 예측이 어렵다.

 

MBK는 홈플러스가 4일 회생 신청을 한 후 입장 발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MBK는 당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생법원 주도 하의 회생절차를 통한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3월 4일 이후 MBK 명의의 입장문은 나오지 않았었다. 이에 홈플러스 내부 직원들은 물론 노동계와 정치권에서까지 MBK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MBK는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하다 자금난을 겪어왔다”며 “기업회생을 핑계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먹튀 하려는 것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홈플러스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금융감독원(금감원)도 홈플러스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MBK는 14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날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화하는 길은 회생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생 신청한 이후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MBK의 기자회견은 사태 해결 방안보다는 자기 방어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기자회견으로도 여론을 크게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MBK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MBK가 코너에 몰리자 이제야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MBK는 현재 (주)영풍과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MBK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 이를 의식한 고려아연 소액주주가 MBK를 외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3월 28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영풍과 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40.97%다. 영풍과 대립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다. 그런데 이번 고려아연 주주총회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됐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5명의 이사 후보가 출마할 경우 1주당 5표를 갖게 된다. 주주 한 사람이 5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됨에 따라 영풍·MBK 연합이 지분율은 앞서지만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영풍·MBK 연합 입장에서 고려아연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여론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여론뿐 아니라 사정기관도 의식해야 한다. 이미 국세청과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상황이 악화되면 MBK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사정기관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MBK로서는 향후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한 것도 여론뿐 아니라 사정기관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 후에도 MBK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크게 바뀌지 않은 모양새다.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나 시기를 발표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기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결제대금 외에 다른 피해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며 “MBK의 홈플러스 기습회생 신청과 행보들을 보면 진정성이 매우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MBK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좋지 않다.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7일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더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돼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임시적 대응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라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다른 기업 인수합병(M&A) 행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즉시 모든 기업 M&A 행위를 중단하고 홈플러스 정상화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고려아연 분쟁 등 이후 진행될 사업에 불똥이라도 튈까봐 여론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조 원 투자 약속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자산가치가 높은 흑자 매장을 처분하는 등 자본 회수에만 매달려 왔다”고 비판했다.

 

민간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MBK는 홈플러스 경영부실을 두고 오프라인 대형마트 산업 위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하지만, 실은 MBK의 경영 전략 부재와 알짜 자산 빼먹기의 도덕적 해이가 부른 필연적 결과”라며 “미국 정치권은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성공할 경우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이 위협 받고 기술 유출 가능성이 커져 방위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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