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발 공룡’ 창신그룹이 금형 제조 자회사인 창신정밀을 창신INC에 흡수 합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창신INC는 글로벌 신발 제조 기업이자 창신그룹 본사로, 창신정밀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최근 창신INC와 창신정밀 모두 실적이 감소한 터라 합병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창신INC는 2024년 12월 27일 창신정밀을 흡수 합병했다. 흡수 합병 후 창신정밀이 해산하면서 김새봄 창신정밀 대표는 2025년 1월 1일부터 서흥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서흥은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의 아들 정동흔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다. 합병 이후 창신정밀 직원들도 창신INC와 서흥으로 나눠 배치됐다.
창신그룹은 신발 제조 사업을 하는 부산의 중견 기업이다. 창신INC는 창신그룹의 본사로 해외 유명 업체로부터 신발 제조를 위탁받아 해외 법인을 통해 신발을 납품한다. 창신INC는 1997년 신발업계 최초로 도요타 생산 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도입했다. TPS는 린 생산방식이라고도 불리며 비용·설비를 필요한 만큼 유지하면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창신INC는 연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업계 2위로 자리 잡았다.
창신그룹의 지분도를 보면 본사인 창신INC 아래 창신정밀과 해외 생산 법인을 둔 구조다. 2023년 말 기준 창신INC 종속기업은 △창신정밀 △창신정밀베트남 △창신정밀인도네시아 △청도창신혜업유한공사 △창신베트남 △창신인도네시아 △창신렉사자야 △창신동나이가 있다. 한국 법인은 창신정밀이 유일하다.
2001년 2월 설립된 창신정밀은 신발 금형·플라스틱 사출 금형을 생산 및 판매하는 업체로, 창신INC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창신INC의 핵심 계열사로 꼽혔다.
여기에 정 회장 자녀 회사인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업체 서흥이 있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흥은 창신INC의 지분 46.18%(우선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서흥의 최대주주는 지분 65.82%를 보유한 정동흔 서흥 사내이사로, 정환일 회장의 아들이다.
서흥은 창신정밀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창신정밀의 2023년 감사보고서 상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보면 서흥에서 약 86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지배기업인 창신INC에서 발생한 매출(76억 원)보다 크다. 창신정밀은 서흥에 약 15억 원의 매출채권을 가지고 있다.

통상 기업이 자회사·계열사 흡수 합병을 할 때는 경영 효율화, 사업 경쟁력 강화, 구조 조정,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한다. 실적이 부실한 쪽의 재무 지표를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기업법무전문가인 김성규 온법 법무사는 “유사한 제조업을 합병할 경우 수직계열화(제품 생산·판매·유통 등의 단계를 통합해 내부적으로 수행)를 통한 원가 절감이나 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신그룹의 경우 재무 개선과 시너지 창출을 노린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그룹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창신INC의 연결 매출은 2023년 1조 9481억 원으로 전년(2조 2226억 원) 대비 12.3%, 영업이익은 1297억 원으로 전년(2004억 원) 대비 35.3% 줄었다.
계열사를 제외한 창신INC 실적은 2022년 매출 2조 741억 원에서 2023년 1조 8310억 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09억 원에서 49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758억 원→-357억 원)했다. 창신정밀도 2022년 매출 279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에서 2023년 매출 199억 원, 영업이익 2억 원으로 급감했다.
창신그룹은 사업 다각화도 꾀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형 제조 판매업체인 창신정밀은 2023년 운동 및 경기 용품 도·소매업, 상품 중개업, 상품 종합 도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창신INC 또한 2022년 정보통신·IT 아웃소싱·경영 자문 및 컨설팅업을, 2023년에는 신발 제조 기술과 관련한 연구 개발업을 추가했다. 창신정밀 합병 후에는 금형 개발·제조 판매업, 기계 장비 도매업 등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창신그룹은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서흥에 부당 지원한 행위가 적발돼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8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정 회장 자녀 회사인 서흥에 과도한 금전적 지원을 하면서 해외 생산 법인이 경영 악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정위는 부당 지원으로 영세한 다른 업체에 비해 서흥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된다고 봤다. 창신INC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서흥이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창신그룹은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지만 3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었다.
창신그룹은 이번 흡수합병에 관해 “기업의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통합으로 확보한 기술과 자원을 바탕으로 신발 제조 분야에서 기술 영업력을 확대하고, 사업 확장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회장 사퇴한 다우키움 전 회장, 다우데이타 이사 연임 추진 속사정
·
유무인 넘어 '무무인' 복합체계가 미래 전장 누빈다
·
"36살 로티로는 역부족" 롯데월드, 캐릭터 콘텐츠 강화 나섰다
·
[위기의 사회주택] 서울시 이름 믿고 입주했다 '전세사기' 당했다
·
[단독] 롯데 2세 신동주 회장, 조세회피처 싱가포르에 법인 3곳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