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통신3사가 이달 말 연달아 주주총회를 연다. 통신사들이 일제히 인공지능(AI) 기업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이사회 구성에서도 AI 강화를 위한 전략이 두드러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이사회에는 그룹 지주사의 핵심 임원이 합류한다. 신사업 관련 투자 확대와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사외이사진 절반이 임기 만료되는 KT는 전원 재선임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측 인사의 현상 유지 등 독립성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지만 변화 대신 안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탈통신 기조 속 업계가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각 사의 성장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LG 그룹 차원 전략가 ‘출동’
통신3사의 주주총회가 오는 25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본격 개막한다. 하루 뒤인 26일 SK텔레콤에 이어 31일 KT의 주총이 각 사 본사에서 개최된다. 올해 3사 주총의 핵심 안건은 단연 ‘AI 투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대형 투자 경험을 가진 그룹의 주요 전략가를 기용한다. SK텔레콤은 강동수 SK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M) 부문장을 신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 강 부문장은 SK에너지 솔루션&플랫폼 추진단장,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SK텔레콤 측은 “강 부문장은 그룹의 사업 전략, 기획, 재무 등에 이해도가 높다”며 “최근 불확실한 대외 경제 환경 아래에서 통신, AI, 사업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에는 그룹 2인자가 나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권봉석 LG그룹 부회장(COO)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내정했다. LG그룹 2인자 권봉석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LG전자 HE(TV, 모니터) 및 MC(휴대폰)사업 본부장과 대표를 역임한 권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중간적 위치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경영상 중요한 결정에 참여한다. 회사의 일상 업무는 보지 않지만 이사회 멤버로 사외이사보다 권한과 책임이 넓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전략적 투자와 장기 성장을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같은 신기술 투자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술 투자와 자산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권 부회장을 통해 일관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 시즌 기존 계열사 4곳에서 권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LG유플러스 이사회 일원으로도 확정되면 지주사 포함 그룹의 핵심 계열사 등 총 5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권 부회장의 합류는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AI 사업을 그룹 미래 전략 차원에서 이끌어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계열사와의 협력 과정에서 AI 기술 융합 등 통신 영역이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T, ‘견제 역량’ 논란 여지 있지만 ‘현상 유지’ 집중
KT의 이사회는 변동 없이 그대로 간다. 변화보다 안정성을 택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공시한 주주총회 소집 결의안에 따르면 KT는 임기 만료가 예정된 사외이사 4인을 재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총 10인으로 구성된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명으로 운영된다. 사외이사 8인 중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승훈 KCGI 전 글로벌부문 대표 등 4인이 임기 종료를 앞뒀다. 곽우영·이승훈·김성철 이사는 2023년 6월 임시 주총에서 신규 선임됐고 김용헌 이사는 2022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선임돼 3년 임기가 끝난다.
이사회 인원 절반에 해당하는 임기 만료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들의 후임을 찾는 예비후보 추천 공고를 게시하고 신규 선임 절차에 나선 바 있다. 자본시장법 등 법상 사외이사는 최대 6년까지 연임할 수 있지만 이사회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임기 관리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지난해 4500명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아직까지도 안팎으로 잡음이 이어지고 신사업 투자와 부동산 자산 매각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감시, 견제 역량에 의문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천한 2인이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존재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주식 일부를 처분하면서 현대차가 KT의 최대주주가 됐다. 정치권은 현대차그룹이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보장하는 장치가 없는 실정을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우회적인 경영 참여 가능성을 차단하는 수단이 없고 사외이사 배제나 별도의 활동 제한 등 자발적 조치에만 기대고 있다. 올해 사외이사 구성이 어떻게 바뀔지 시선이 집중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KT 임원 출신 한영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상정된 안건을 최종 결정하고 수정·보완해 최종 결정을 하는 건 이사회”라며 “현대차 추천 사외이사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구성에서 경영 완전 배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곽 이사는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통신, 단말 분야 경력이 있고,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SDS 사외이사(감사위원), 애큐온캐피탈 사외이사 등을 거쳐 현재 현대제철 사외이사와 KT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KT새노조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 당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최대주주 현대차 측 사외이사가 재선임되는 것이다. 이사회는 현대차와의 경영 분리에 대한 입장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KT는 재선임 후보자 4인이 임기 동안 AICT 기업으로의 전환, 통신 사업 전략, 투자 타당성 판단 등에 기여했다며 결격 사유가 없다는 점을 재선임 이유로 꼽았다. 공시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곽우영 후보에 대해 “앞으로도 KT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등 ICT 전문가로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통신3사 중 사외이사에 AI 전문가를 넣지 않은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올해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면서 이번에도 AI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자이기도 한 남 교수는 내부 통제와 법적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사외이사 9인 가운데 오혜연 카이스트 MARS 인공지능 통합연구센터 소장과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 AI 전문가 2인을 배치했다. KT는 최양희 전 미래창조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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