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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창업주 이정훈 전 의장, 코인 사기 혐의 무죄 확정 '경영 전면 나서나'

대법원, 13일 검찰 상고 기각에 빗썸 "그간 오해 해소"…투자자 피해 회복, 기업공개 추진 등 '숙제'

2025.03.13(Thu) 14:03:45

[비즈한국]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1100억 원대 ‘빗썸 코인(BXA 토큰)’ 사기 혐의에서 벗어났다. 3월 13일 대법원은 이정훈 전 의장의 코인 상장 사기 혐의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4년가량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이 전 의장이 빗썸 경영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3월 13일 BXA 토큰 상장 사기 혐의와 관련한 소송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2023년 1월 3일 이 전 의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13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경필)는 검찰이 2024년 2월 이정훈 전 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소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2021년부터 이어진 이정훈 전 의장의 코인 상장 사기 관련 소송은 최종적으로 이 전 의장의 무죄로 마무리됐다.

 

빗썸 창업주인 이 전 의장은 BXA 토큰을 상장한다고 속이고 1100억 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건은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 이 전 의장이 맺은 빗썸 인수 및 글로벌 거래소 공동 경영에 관한 계약에서 시작됐다. 이 전 의장이 계약 과정에서 BXA 토큰의 상장을 약속하면서 계약금 명목으로 1100억 원대 자금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BXA 토큰을 상장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 전 의장과 계약한 김 회장은 2018년 10월 BK글로벌컨소시엄(법인명 BTHMB홀딩스)을 통해 3억 5000만 달러에 빗썸홀딩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인수대금 지급 기한이 될 때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BXA 토큰의 상장마저 무산됐다. 빗썸은 2019년 1월 거래소를 통해 BXA 토큰 상장을 예고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끝내 상장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가 2017~2018년 모든 형태의 가상자산 공개(ICO)를 금지하고, 해외를 통한 우회 상장도 금지한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비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금융사와 연계한 입출금 서비스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 빗썸은 결국 상장 시도를 중단했다.

 

계약금을 잃고 코인 상장도 불투명해지자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가상자산을 상장 후 판매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계약금 정도만 투자하면 공동 경영자가 될 수 있다’라고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자 검찰은 2021년 7월 이 전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이후 재판에서 이 전 의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정훈 전 의장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빗썸이 다시 상장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정훈 전 의장이 김병건 회장에게 BXA 코인 상장을 확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장에 실패한 원인이 이 전 의장의 의사나 능력과도 무관하다고 봤다. 이 전 의장이 BXA 토큰을 판매해 인수 대금을 충당하거나 상장을 확약했다는 증거가 없어 기망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또한 “증거를 종합하면 원심의 무죄 판단은 타당하다”라며 2024년 1월 이 전 의장의 무죄를 선고했다.

 

BXA 토큰 상장 사기를 둘러싼 형사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이 전 의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김병건 회장이 제기한 12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빗썸 이정훈, 손배도 승소…코인 상장 '사기' 혐의 벗나). 민사 소송의 1심 재판부도 형사 재판부와 같은 취지로 이 전 의장의 기망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패소한 김 회장은 항소에 나섰다.

 

더불어 BXA 토큰과 관련해 돈을 잃은 사람은 있는데 가져간 사람은 없는 상황이 된 것도 문제다. 김 회장 측이 판매한 BXA 토큰을 사들인 국내 투자자들도 남았기 때문이다. 앞서 형사 소송의 2심 재판부는 “양측의 계약을 사기죄 증거로 삼기에 부족하다”라면서도 “피해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빗썸은 이번 대법원의 상고 기각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이번 판결이 그동안의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당사는 앞으로도 시장의 신뢰를 지키고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고객에게 안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코인 상장 사기 혐의를 털어낸 이정훈 전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지도 주목된다. 이 전 의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2023년 10월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시기 빗썸은 2025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실소유주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빗썸이 다시 IPO 준비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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