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가전양판점 롯데하이마트 잠실점. 이곳 TV 코너에는 중국 가전업체 TCL의 ‘QD-Mini LED’가 삼성전자·LG전자의 프리미엄 TV와 나란히 진열돼 있다. TCL은 양대 가전 텃밭인 국내 시장에서 확장에 한계를 보였지만,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 공습을 본격화하고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한때 온라인 판매로 돌렸던 제품들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고, 저가형 코너를 벗어나 대형 가전 고가 라인업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프리미엄 TV 시장만큼은 꽉 잡고 있다고 자부하는 국내 기업들도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양 사는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TV를 동시에 공개하며 신제품 경쟁을 예고했다. 리모컨 대신 일상 언어로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 상황을 알아서 진단하거나 집 안 보안을 담당하는 기능 등이 접목됐다. 중국의 프리미엄 LCD TV 공세에 대응하는 LG의 올레드-QNED 병행 전략도 주목된다.

#올레드 강자 LG, QNED도 함께 간다
LG전자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의 전통 강자다. 앞선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위주의 마케팅을 펼쳐왔다.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는 백라이트와 컬러필터가 필요한 LCD보다 부피와 무게 면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색 재현율, 명암비, 응답속도, 시야각 등에서 유리한 구조다.
올해 LG전자 전략에는 변화가 읽힌다. 10일 LG전자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2025년형 신제품 브리핑을 열고 자사의 ‘듀얼 트랙’ 전략을 소개했다. 올레드 TV와 QNED TV 신제품으로 두 시장을 함께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이 LCD 기반의 초대형 미니 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 시장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QNED(퀀텀나노발광다이오드)는 LCD와 OLED의 중간 단계로, 기본적으로 LCD 기반이다. 백라이트에 들어가는 LED 크기를 크게 줄인 형태인데 기존 LCD TV의 명암비 등 단점을 개선했다.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올레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상무)은 병행 전략을 두고 “제네시스(올레드)와 그랜저(QNED)라고 보면 된다”며 “1500불, 2000불 이상 가격대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고화질 화면을 원하는 고객과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고품질의 영상을 즐기려는 고객이 각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만큼 긴장감은 높다. 2500달러 이상 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약 50%, 30% 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총 3% 수준이다.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TV 시장 1위는 삼성전자였고, 올레드 TV 시장은 LG전자가 선두다. 각각 19년, 12년 연속 기록이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출하량 기준으로는 지난해 중국에 따라잡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TCL·하이센스·샤오미)은 2024년 출하량 합산 점유율 31.3%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8.4%를 앞질렀다. 한국이 중국에 뒤처진 건 처음이다.

#삼성·LG 일제히 ‘AI’ 효용성·차별화 잡을까
삼성과 LG의 2025년형 신제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기능은 AI다. AI 도입 초읽기 단계에서 나아가 홈 집사, 문제 해결 도우미 등 기능의 확장이 눈에 띈다. 화질 및 사운드 최적화를 위해 AI 업스케일링도 고도화됐다.
소형, 대형 가전 구분 없이 대부분의 제품군에 AI가 접목되고 있지만 AI TV의 효용성을 두고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채널을 돌리고 뉴스나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는 TV에서는 AI 기능의 필요성이나 활용도가 크지 않다는 관점이다. 가격 상승을 우려하거나 조작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부정확한 추천과 음성 인식 등으로 ‘복잡하다’고 느끼는 이용자들도 있다.
양 사의 AI 기능을 살펴보면 TV가 제공할 수 있는 AI 기능이 어디에 적용될 때 만족도가 높아지는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삼성전자는 홈 인사이트 기능으로 이용자의 생활 패턴과 기기 사용 이력, 집 안 현재 환경을 고려해 부재 중 기기 전원 끄기, 요리 중 주방 후드 켜기 등 필요한 행동을 추천한다. 집 안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는 홈 모니터링과 실시간 알람 기능도 포함됐다. 리모컨에는 콘텐츠 추천을 위한 클릭 투 서치 버튼이 추가됐다.
LG전자는 TV 이용 중 편의 개선에 집중했다. 초개인화를 위한 ‘AI 맞춤 화면·사운드 모드’ ‘AI 보이스’ 등의 기능 외에도 △서비스 센터 통화 없이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챗봇’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고객의 발화를 이해하고 검색해주는 ‘AI 서치’ 등을 제공한다.

허승현 AI서비스개발팀장은 “패밀리 디바이스인 TV는 개인화가 어렵지만 보이스 ID로 이용자를 인식해 맞춤형 추천, 화면 및 보이스 설정 등이 가능하다”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가 뭐지?라고 물어보면 하이브리드 구조 기반 공감지능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찾아내는 검색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TV 내 챗봇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오픈AI의 챗GPT-4o, 구글 제미나이 기반으로 돌아간다. LG 자체 웹OS(운영체제)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다. 현재 AI 챗봇이 지원하는 문제 해결 시나리오는 47개로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엔 제한적이지만 올해 하반기 제미나이의 지원 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화면과 사운드 품질 외에 AI 등 부가적인 기능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까. 백선필 담당은 “사용자의 음성에 맞춰 답변까지 하는 언어 지원이 23개에 달하는 것은 다른 TV 업체와 비교할 때 현격히 차이가 난다”며 “중국이 패널로 헤게모니(패권)를 잡았지만 SoC(시스템온칩)과 웹OS는 없다. 기술 격차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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