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우리나라 의약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우리의 의약품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의 ‘의약품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관세 부과가 우리나라 제약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 모든 필수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담은 바 있다.

#미국 ‘부족 의약품’ 매년 200~300여 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연방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법(The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에 따라 미국 내 의약품 공급이 현재 혹은 예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될 때 ‘의약품 부족’으로 간주하고 해당 품목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10일 기준 245개 의약품이 게시돼 있다. ‘현재 부족’ 91개, ‘해결’ 15개, ‘중단’ 138개 등이다. ‘해결’ 품목은 6개월, ‘중단’ 품목은 1년 동안의 누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은 매해 100여 개의 의약품이 새롭게 ‘부족 의약품’으로 등록된다. 이렇다 보니 누적으로는 200~300여 개의 품목이 꾸준히 모자란 상황이다. 미국 병원약사회(ASHP) 의약품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부족 의약품’은 2020년 129건, 2021년 114건, 2022년 160건, 2023년 156건, 2024년 128건이다. 2024년 1분기에 역대 최대인 323건을 기록했으며, 보고서가 작성된 가장 최근인 지난해 4분기는 271건으로 확인됐다. 분류별로는 CNS(Central Nervous System, 중추신경계), Antimicrobials(향균제), Fluids(수액), Chemo(항암화학요법), Hormone Agents(호르몬제) 순으로 많았다.
#미국, 완제의약품 최대 수입·수출국
우리나라는 미국 의약품 부족 문제의 영향권에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별 의약품 수출입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가 완제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미국으로 수입액이 10억 6600만 달러(1조 5524억 원)에 이른다. 원료의약품은 중국이 2년 연속으로 최대 수입국이자 최대 수출국이다. 2023년 기준 완제의약품의 최대 수출국 역시 미국으로 8억 9600만 달러(15조 8591억 원)였다. 2022년에도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었다. 원료의약품은 일본이 3억 1100만 달러(4519억 7630만 원)로 1위였다. 2위는 중국이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약품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다. 2020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필수의약품 생산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의약품을 포함한 4대 핵심 분야의 공급망 리스크 점검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위한 3대 권고사항 및 6대 정책 과제를 담은 공급망 검토보고서 등이 공개됐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 등으로 자국 생산 의약품 보호 기조를 강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0시(미국 동부 표준시)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25%의 관세와 상대국의 관세율을 고려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이후를 묻는 말에 “일부 관세는 상황에 따라 아마도 올라갈 것”이라면서 “내려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임기에서 본인이 서명한 행정명령 13944호도 복원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명령 13944호는 필수의약품의 자국 내 공급망 정비를 통한 생산 능력 확보 및 국내 생산 가속화를 골자로 한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집에서 “현재 295개 이상의 의약품이 부족하다. 5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2020년 8월 6일자 행정 명령 13944호를 복원해 필수 의약품 관세와 수입 제한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모든 필수 의약품의 생산을 원래의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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