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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기대주 분석] '형님' 시총 넘었던 기아, 다시 뛰어오를까

주력 레저 차량에서 신사업으로 수익원 창출 모색…미국 관세, 유럽 전기차 등 글로벌 정책이 변수

2025.03.11(Tue) 17:30:04

[비즈한국]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진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24년 8월 이후 30%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외국인 보유 금액은 2023년 말 738조 원에서 2025년 1월 666억 조원까지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105개 저평가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매주 한 가지를 선정해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분석하고, ‘국장의 추락’을 막을 기대주인지 알아본다.

 

기아는 최근 결산 배당을 전년 대비 16% 늘어난 6500원으로 발표하고 7000억 원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다. 사진=임준선 기자


기아는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함께 움직이는 종목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두 회사는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완성차 종목이기도 하다. 기아는 11일 기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5위로 시가총액은 39조 1310억 원, 주가는 9만 840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를 기록했다. 1년 수익률은 –23.7%, 6개월은 –2.2%, 3개월은 2.3%로 주가는 1년 전 대비 대폭 하락한 상태다.

 

주가 하락 폭이 큰 이유는 2024년 초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가총액과 주가를 유지한 채 움직여왔다. 그런데 2024년 1월 31일 기아의 주가(10만 2900원)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41조 3703억 원)도 급증해 현대차(41조 1640억 원)를 뛰어넘었다. 상승세는 7월 말까지 이어져 주가는 12만 원대를 넘어섰다. 1년 중 최고치를 기록한 2024년 6월 19일(종가 13만 2300원)에는 시가총액 52조 9013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기아의 시가총액이 급증한 이유로 호실적과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꼽았다. 2023년 매출액 99조 8084억 원, 영업이익 11조 6079억 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기아는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냈는데 실제로 주가 부양에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4년 8월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기아, 현대차 모두 주가가 내려가면서다. 같은 시기 해외 수요가 줄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대내외 환경 악화로 증시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탓에 좀처럼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적이나 주주환원책을 보면 주가 부양의 가능성은 남았다. 기아의 2024년 실적은 전년도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 매출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100조 원을 돌파(107조 4488억 원)했고, 영업이익은 12조 6671억 원으로 최고 영업이익률(11.8%)을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는 308만 9300대로 역대 최다 판매량을 세웠다. 기아는 2025년 실적 목표를 △매출 112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2조 4000억 원 △영업이익률 11.0%로 세웠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적극 확대했다. 기아는 지난 1월 23일 결산 배당을 보통주 1주당 6500원으로 공시했다. 배당 기준일은 3월 19일이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100%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결산 배당 5600원, 자사주 매입 규모 5000억 원으로 발표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16%, 40% 늘어난 수준이다. 기아의 2025년 예상 총주주환원율(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할 때 얻을 수 있는 실제 수익률)은 33.3%다.

 

​‘2024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 참석한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등의 신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 제조사로 전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기아는 2024년 12월 2025~2027년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아가 설정한 중장기 목표는 ROE 15% 이상 지속을 필두로 크게 △중장기 외형 성장(매출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 △고수익성 유지(영업이익률 10% 이상) △자본효율성 제고(총주주수익률 35% 이상)로 나뉜다.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보면 향후 3년간 총주주수익률 목표치를 35%로 고정한 것이 눈에 띈다. 2019~2023년에는 25~30%, 2024년에는 30~35%로 설정했다. 기아는 이를 위해 자사주 매입 기간을 분할하고, 배당 성향을 25% 이상으로 유지하며, 최소 배당금을 주당 5000원으로 정해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조사’로 전환 중인 기아는 신사업 확대 계획도 밝혔다. 기아의 주력 제품은 카니발, 스포티지, 쏘렌토 등 레저용 차량(RV)인데, 최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PBV는 운전자 중심의 기존 차량에서 벗어나 사용 목적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게 만든 이동·운송 수단을 의미한다. 기아는 PV5, PV7 등 PBV 전용 라인업을 갖추고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의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신규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다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시장 환경의 변동성이 관건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판매 실적보다 관세, 환율 등의 변수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미국 관세의 경우 최종안이 발표될 때까지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것이다. 유럽은 탄소 배출 규제 완화를 제안하면서 전기차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기아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점유율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주가에도 불확실성이 반영돼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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