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저PBR 종목인 금융주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분류돼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23년 대비 2024년 주가상승률(4만 3400원→5만 6800원)이 30%에 달한 하나금융은 기세를 몰아 PBR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PBR 1배를 넘은 금융주는 거의 없는 데다, 하나금융 역시 주가 상승률에 비해 PBR 상승 속도는 더뎌 함 회장 임기 중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눈길이 쏠린다.

하나금융은 2월 27일 함영주 회장의 그룹 밸류업 계획 관련 인터뷰를 공개했다. 함 회장은 사내 인터뷰에서 “CEO로서 3년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라며 “밸류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이다. 지속적으로 이행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외부 불확실성과 상관없이 밸류업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국내 금융주가 저평가된 이유로 낮은 주주환원율을 들었다. 미국 등 해외 은행의 주주환원율은 70~80%에 달하는데 국내 은행은 훨씬 낮다는 것. 이에 따라 38%대인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을 2027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2024년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고, 올해 2월 4일 그룹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4000억 원대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하반기에도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올해 40% 이상 주주환원율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 4000억 원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날 주가는 전일 대비 3.7% 상승하면서 6만 원을 돌파했다가 7일 5만 8000원으로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과 균등배당을 내세웠다.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은 현금배당이 중심인데, 해외 은행처럼 자사주 매입·소각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 더불어 현금배당은 2025년부터 일정 규모로 고정해 분기별 균등배당으로 실시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당배당금이 높아지고, 투자자에게 매 분기 안정적으로 현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회장은 “주요 금융그룹 중에서 하나금융의 유통주식수가 가장 적다.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가치를 빠르게 회복해 PBR 1배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앞으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함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의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높여 수익 기여도를 약 30%까지 올리면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익성 지표) 11~12%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나금융의 2024년 실적에서 ROE는 9.12%,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15.7%였다.
함 회장은 올해 1월 27일 연임에 성공해 회장직을 3년 더 이어간다.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연임 기간 동안 주주환원율 50% 달성, PBR 1배 이상, ROE 10% 이상, 보통주 자본비율 13.0~13.5% 유지 등 밸류업 목표 달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문제’라는 하나금융의 포부와는 달리, 3년 내 PBR 1배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PBR는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배보다 낮으면 시가총액이 총자산보다 작아 일반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업종마다 평균 PBR가 다르므로, 저평가 여부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봐야 한다.
하나금융의 2014~2024년 PBR 추이를 보면 가장 높았던 건 0.62배를 기록한 2017년으로, 이후 7년 동안 PBR 0.5배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24년 PBR는 0.37배로 2019년(0.38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1배에는 한참 모자란다.
낮은 PBR는 금융주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지난 4년(2021년~2024년) 사이 국내 주요 은행주 PBR 추이를 살펴보면 10개 종목(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카카오뱅크, 제주은행, JB금융, 기업은행, DGB금융, BNK금융) 중 PBR 1배 이상을 기록한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3월 7일 기준 1.7배)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마저 공모가 거품이 빠지면서 2021년 PBR 5.08배에서 2022년 2.03배, 2023년 2.22배, 2024년 1.5배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비교군을 증권 업종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7일 기준 38개 증권사 관련 종목 중 PBR 1배 이상인 곳은 단 두 곳(메리츠금융지주 2.17배, SK증권우선주 1.28배)에 그쳤다.
다만 하나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중 선제적으로 밸류업 목표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들고나온 만큼 증권가에서는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2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은행주에 대한 밸류업을 최초로 현실화했다”며 “불확실한 대외환경으로 리스크가 높아진 현재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2월 정치 이슈로 밸류업 기대감이 낮아져 은행주의 투자심리도 악화했다”며 “점진적인 주주환원책 확대로 주가는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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