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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돈 안되는' 사회 복지에 AI 접목하는 까닭은?

발달장애인 행동 분석부터 독거 노인 안부 전화까지 AI 적용 시험대…"인간 개입은 반드시 필요"

2025.03.07(Fri) 17:52:09

[비즈한국] 인공지능(AI) 기술이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국 지자체는 기업과 함께 지난해를 기점으로 저마다 AI 연계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돈 되는’ AI 서비스를 찾는 것만큼이나 AI 복지 기술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이는 AI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서비스 수요나 개선점을 찾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아직 수익화 단계가 아닌 상황에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기술 혁신과 공공 정책 연계 수익 모델 발굴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장애인, 노인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K텔레콤의 AI 발달장애인 돌봄(CareVia) 서비스. 연구원이 CCTV 앞에서 밀고 당기는 모습과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AI가 인지한 시연 화면. 사진=SKT 제공


#발달장애인 행동 ‘예측’하고 독거노인에 ‘친절한’ 안부 전화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는 2023년 서울시와 SK텔레콤의 협업사업을 통해 센터에 AI 환경을 구축했다. 장애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은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도전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음식을 던지는 등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나타나 가족이나 돌봄 인력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일상생활과 의사소통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기존 사회서비스의 빈틈도 컸다. 

 

센터에 따르면 이 기술은 ‘도전적 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의 행동과 유형과 빈도 등을 파악해 통계를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센터 내 비치된 여러 대의 CCTV 카메라에는 SKT의 딥러닝 기반 ‘비전 AI 기술’이 적용됐다. 포커스 H&S의 영상관제 솔루션도 활용된다. 

 

실시간으로 배회, 달리기, 점프, 발차기, 주먹질, 밀고당기기, 눕기, 쓰러짐, 자해 등 총 9가지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이런 행동의 빈도수와 행동 패턴 등의 데이터를 생성, 기록한다. 주요 관절 중심 스켈레톤(뼈대) 기법으로 화면 속 대상자를 가려내고 몸통·사지·머리 등 신체 부위를 분석한 결과다. 이 정보는 행동 중재 전문가가 분석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행동 양상과 지속 시간 등을 확인한 전문가는 진단을 내리고 분석 내용과 개입 방식을 기관에 전달한다. 

 

도전적 행동의 전조증상이나 양상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교사에게 정확한 해결책을 제공하면 더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 돌봄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 클로바 케어 콜 홍보 화면. 사진=네이버 클라우드


AI 챗봇과 전화를 통한 돌봄은 다른 서비스들 보다 먼저 다수의 지자체 사업과 기업 자체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AI가 주 1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통화가 자연스러워 정서적 공감이 가능하고, 과거 대화를 활용하는 ‘기억하기’ 기능 등 연속성 있게 대화를 구현했다. 치매 의심 시 네이버 상담사의 추가 통화를 거쳐 상담 내용이 보건소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등 지역 건강 예방·관리와 취약 계층 대상 ‘AI 복지사’ 역할도 수행한다.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이 서비스는 지난 8월 기준 약 3년 만에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128곳)에서 채택되는 성과를 냈다. 최근까지도 청주시 등이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사용성이 확인되고 있다. 

 

AI 서비스 기업 마음AI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고객상담용 AI 음성 챗봇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달 20일부터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해 코레일 앱 접속 시 음성 상담 안내창이 자동팝업으로 뜨도록 개발했다.

 

마음AI 기반 음성 챗봇 시스템. 사진=코레일

 

#‘돌봄 AI’ 아직은 한계 많아…가야 할 방향은

 

서울 종로·도봉 센터에서 시범 운영된 SKT의 사업은 중랑, 동대문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경기도, 대전광역시에서도 올해 도입 센터가 확대될 예정이다. 

 

장애인 및 노인 복지 분야에서 도입되는 AI 기반 서비스는 아직까지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 대상 공익성이 강조되는 사업인 만큼 향후 직접적인 수익 창출이나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신기술 상용화와 수요 파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써 상당히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한 사용자 그룹에 맞는 AI 솔루션을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유용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SKT는 시범 운영 센터의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 형태 등 다양한 개선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AI 케어를 담당하는 조혜진 SKT 부장은 지난해 9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주관한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는 외부의 행동 중재 전문가가 지원을 하는 모델이지만 (의견 수렴을 통해) 대전 모델처럼 제3자를 따로 두지 않고 센터 내에서 자체 운영하는 방식 지원 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초기 도입비가 부담스럽다는 것도 안다. 보편화를 위해서는 경량화, 무조건 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관련법에 따라 ​CCTV는 ​음성 녹음을 할 수 없지만 대상자와 현장 교사, 행동 중개 전문가의 정보 제공 동의를 얻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복지 분야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다. AI를 통한 효율화가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AI가 모든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는 AI의 한계가 명확하고, AI에 취약계층 복지를 맡겨놓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정배 사무총장은 “AI가 모든 것을 다루지는 못한다. 도전적 행동 분류도 중재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9개의 주요 행동일 뿐 개수로 규정할 수 없다. 현재 AI에는 인간 지능이 많이 개입한다. 앞으로도 (개인의 맥락 파악을 위해) 사람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영상촬영 거부감 등도 한계”라고 설명했다. 

 

김고은 광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AI의 데이터를 통해 잘 알아볼 수 있다면 원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행동 앞뒤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 전체에서의 어려움도 함께 고려되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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