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실손보험은 가입률이 전체 국민의 약 70%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의 상위 9%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80%를 지급받는 기형적 구조다.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 남용은 이미 시장을 교란하고 필수의료 기피 등 의료 체계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실손보험의 역사를 살펴보고, 비중증 분야 비급여와 결합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도입되는 5세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흔히 ‘실비’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의료기관에 입원 또는 통원해 치료나 처방조제를 받는 경우,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요양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의 합계액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을 보장한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닌 민간 보험회사가 판매하는데, 가입률이 높아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개발원 기초통계에 따르면 가입률은 2020년 66.5%, 2021년 65.7%, 2022년 66.4%, 2023년 69%로 집계된다.
실손보험은 보험사는 손해를 줄이려 하고, 금융당국은 의료이용량에 맞게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형평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세대를 거듭하며 상품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비중증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보장한도를 낮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5세대 실손보험’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내년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정부는 1, 2세대 가입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5세대로 전환을 유도하는 재매입도 고려 중이다. 재매입 대상은 2013년 이전 체결된 실손보험 계약으로 1세대 654만 건, 2세대 928만 건, 총 1582만 건이다. 이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3578만 명의 약 44%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는 보험사의 입장만 반영한다는 소비자 비판에 부딪힌 상황이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점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2세대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세대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이다. 금융감독원 실손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대별 비중은 1세대 19.1%, 2세대 45.3%, 3세대 23.1%, 4세대 10.5%, 기타 2.0%로, 2세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세대가 높을수록 보장 범위는 낮아지지만 보험료가 저렴하다. 4세대의 경우 본인이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횟수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 또는 할증된다. 그래서 의료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는 보장 범위가 비교적 넓은 1, 2세대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업계는 모든 세대에서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어 ‘비급여 과잉진료’를 제재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손보험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보험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실손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해로 인한 의료비를 실손 보상하는 ‘실손보상 상해보험’이 처음 생겼고, 이후 1970년대 단체건강보험 및 특약형태의 질병보험을 거쳐, 1999년에 상해 및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중 본인부담분을 보상하는 현재의 실손의료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보험이 출현했다. 이후 2003년 8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제3보험 내에 ‘실손의료보험’을 정의하고 손해보험회사와 생명보험회사 모두에서 이를 취급하게 됐다. 이후 2009년 9월 보험회사마다 제각각이던 보장 내용을 표준화한 ‘2세대 실손보험’이 만들어졌다.
세대별 특징을 살펴보면 1세대 실손보험(구실손)은 2009년 9월까지 가입한 이를 대상으로 한다. 보험료가 높고 보장 범위가 넓은 반면 자기부담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통원치료 시 본인 부담률은 ‘0%’이다. 즉 치료비 전액을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1세대의 평균 실손보험료는 5만 4278원(전년 대비 2% 인상)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갱신 주기는 3~5년이며, 만기는 80세 또는 100세다. 특히 물리치료, 도수치료, 자기공명영상(MRI), 체외충격파, 추나, 한방 침, 한약주사 등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외국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까지도 40% 보상이 가능하다.
‘표준화 실손’으로 알려진 2세대 실손보험은 가입시점이 2009년 10월에서 2017년 3월까지다. 통원 치료 시 본인 부담률이 10%로 올랐다. 갱신 주기도 1세대에 비해 줄어든 1~3년이다. 보험기간은 15년이며, 보장 범위는 1세대와 동일하다. 다만 외국병원 진료비는 제외됐다. 2세대의 평균 실손보험료는 올해 기준 3만 3671원(전년 대비 6% 인상)이다.
‘신실손’ 또는 ‘착한 실손’이란 별명을 가진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에서 2021년 6월까지 가입한 이가 대상이다. 통원 치료 시 본임 부담률이 2세대보다 더 오른 20~30%이며, 보험료 갱신 주기가 ‘1년’으로 확 줄었다. 보험기간은 2세대와 같은 15년이다. 보장 범위에서 ‘한약 주사’도 빠졌다. 3세대부터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MRI 등 손해율이 높은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가 저렴해진 것이 가장 구별된다. 당시 보험료 수준은 종전 상품 대비 약 35% 저렴하게 출시됐다. 올해 기준 평균 실손보험료는 2만 3012원(전년 대비 20% 인상)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 이후 판매된 4세대 실손보험은 통원 치료 시 본인 부담률이 30%이다. 갱신 주기는 3세대와 동일한 1년이지만, 보험 기간은 5년으로 줄어들었다. 보장 범위는 3세대와 동일하지만, 필수치료인 급여에 대해서는 보장을 확대하고 환자의 선택사항인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 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 할증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올해 기준 4세대의 평균 실손보험료는 1만 4573원으로 전년 대비 13% 인상했다. 4세대 역시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은 1세대 실손 대비 약 70%, 2세대 실손 대비 약 50%, 3세대 실손 대비 10% 저렴하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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