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스타들이 유명을 달리해 외신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 이제 낯설지 않다. 그들 나름의 관점으로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분석하는데, 맞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보완해야 할 점도 있어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2023년 12월, 영화배우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외신들이 크게 관심을 보인 것은 그가 영화 ‘기생충’의 배우였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한국은 연예인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라고 분석했다. 마약 복용 혐의가 보도되면서 이미지가 좋던 그의 평판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고 덧붙였다. 즉, 개인의 ‘도덕성’이나 ‘평판’에 초점을 맞춰 평가한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은 한국 대학에 재직하는 프랑스인을 통해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앙투안 코폴라 성균관대학교 교수(프랑스 영화사)는 “한국에서 유명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인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적 도그마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리베라시옹은 영화인들이 ‘도덕성의 제단’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도 전했다. 그 사례로 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을 들었다. 배우 김민희가 한국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홍상수 감독 영화에만 출연하게 된 것이 이런 종교적 도그마에 가까운 도덕성 때문이라는 것.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혹한 비난이 쏟아진다고 해석했다.
배우 김새론을 두고도 비슷한 맥락의 외신 보도가 있었다. 영화 ‘여행자’로 해외에서 주목받은 김새론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유명인의 인기가 종종 흠잡을 데 없는 평판에 달려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CNN은 “행동에서 완벽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죽음의 배경으로 악성 댓글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는 평판이나 이미지, 도덕성과 연결되어 있다. 즉, 유명인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미지나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하는데, BBC가 지적한 것처럼 그렇지 못하면 악성 댓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분석이지만, 사건을 파고 들어가면 좀 더 다차원적이다. 악성 댓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포괄해 다루는 언론 기사의 무분별함이 그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는 언론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화 심리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명인 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썩은 사과’가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공동체의 문화 가치관이 강해서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명인이 물의를 일으키면 독특한 심리 기제가 일어난다. 우선 유명인은 사람들이 많이 알기 때문에 그들의 언행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유명인은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본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문화 스타에게 청소년이 영향 받을 것을 크게 우려한다. 김새론의 음주운전이나 이선균의 마약 복용 혐의가 이에 해당한다. 혐의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한편으로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물의를 일으킨 이들을 비난해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공공연한 욕설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악플을 포털 등의 공론장에 올리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언론도 종종 개인의 권리와 사생활을 쉽게 간과하는 보도를 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무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SNS에서는 ‘정숙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의 태도를 문제 삼는 내용이 잘 퍼진다. 만약 SNS가 아니라 책에서 그런 언행을 보였다면 비난이 덜했을 것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는 많은데 미디어 또한 다양해, SNS의 영향을 더욱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쉽게 악성 댓글이나 선정적인 황색 언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최근에 개그맨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실제 모델이 배우 한가인으로 추정되면서 그의 유튜브 채널에 악플이 쇄도해 급기야 관련 영상을 삭제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가인은 대치동에 살지도 않는데 대치맘이 되어 악플에 시달렸다. 형사법은 물론 민사법에도 상관이 없는 엄마의 행위가 악플 세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21세기의 미디어 환경은 20세기와 많이 다르다. 이제는 유명인의 언행에 바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악플이나 유튜브, 기사 등으로 그들을 난타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은 현명할뿐더러 냉정하다. 유명인이 단순 물의를 넘어 심각한 범법행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해 대응한다. 그런 경우에는 티켓파워도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 물의를 일으켜 처벌을 받는다면 그의 작품 활동을 막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것이 문화 민주주의의 힘이다. 그 힘을 믿으면 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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