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제철이 노조의 부분 파업에 직장폐쇄로 응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폐쇄가 장기화하면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 지분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갈등 해결이 빠를수록 좋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단기간에 풀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대제철 사측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50%와 현금 1000만 원을 제시했다. 직원 1인당 평균 약 2650만 원이다. 노조는 기본급 500%에 현금 1800만 원을 요구했다.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제철 사측은 최근 실적이 악화해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2021년 2조 4475억 원 △2022년 1조 6165억 원 △2023년 7983억 원 △2024년 1595억 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맞선다. 현대제철이 과거 실적이 좋을 때는 성과급을 현대자동차에 맞춰서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월부터 부분 파업에 나섰다.
노사 갈등이 이어지자 현대제철은 2월 24일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의 문을 닫은 것.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임직원에게 “지금과 같은 파업은 회사의 생존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이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며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회사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은 현대제철 냉연강판의 70%가 생산되는 곳이다. 냉연강판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철강재다. 현대제철은 2월 1~22일 부분 파업으로 냉연강판 27만 톤(t)을 생산하지 못해 254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한다. 이후 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손실액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대제철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관세장벽 강화 및 관세 대상 지역 확산 시 현대제철 강관 및 냉연 사업 등의 실적도 직간접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내재한다”며 “전방위적으로 어려운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단기간 수익성 회복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직장폐쇄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되면 경영진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제철의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는 부족한 영업일수와 계절적 영향이 생산 및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파업 또한 일부 공장 가동률을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제철 주가 하락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현재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20.00%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오토에버 7.33% △현대자동차 2.67% △이노션 2.00% △현대위아 1.95% △기아 1.78% 등이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건설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의선 회장이 부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으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소유한 지분은 △현대제철 11.81% △현대모비스 7.29% △현대자동차 5.44%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이 중 현대제철 지분 11.81%는 최근 주가 기준으로 약 420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현대제철의 주가가 하락하면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제철 지분 가치도 낮아지게 된다.
현대제철의 직장폐쇄는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건설 등에 철강을 공급한다. 지난해 1~3분기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로부터 얻은 수익은 2090억 원에 이른다. 기아와 현대건설로부터는 782억 원, 3076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냉연강판이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현대제철 노사 양측 모두 양보의 뜻을 보이지 않아 단기간에 사태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그룹 다른 계열사 노조들이 현대제철 노조를 공개 지지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지부·지회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2024년도 임단협을 2025년 2월까지 끌어오며 파업까지 유발한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며 “공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그렇지 않다면 모든 현대자동차그룹 노동조합은 올해 현대차 자본의 통제전략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직장폐쇄 공고에 따르면 파업을 중단해야 직장폐쇄가 해제된다”며 “최대한 대화로 풀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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