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CJ대한통운은 일요일 배송을 시작한 뒤로 주말 배송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고객사 사이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배송기사들에게선 CJ대한통운이 약속한 주5일 근무제가 안착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주6일 근무 때보다 처우 악화”
지난 1월 CJ대한통운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을 멈추지 않는 주7일 배송을 도입했다. 그간 쿠팡을 제외한 택배사는 일요일 및 공휴일 배송을 하지 않는 주6일 배송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패션, 식품, 홈쇼핑 등의 고객사에서 일요일 배송에 대한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일요일 배송 물량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한진, 롯데택배 등도 부랴부랴 주7일 배송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업계는 통상 CJ대한통운이 새로운 서비스 등을 시작하면 다른 택배사도 비슷하게 따라가는 식이었다. 타 택배사도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면 주7일 배송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물량이나 인프라 등의 여건상 당장 주7일 배송을 시작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어떻게 주7일 배송을 안착시킬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시스템 성공 여부는 기사들의 주5일 근무제와도 연결된다. CJ대한통운은 주7일 배송 도입으로 인한 기사 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배송기사 대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5일 근무제는 택배기사들이 휴식권 보장을 위해 오랫동안 요구해온 근무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주7일 배송이 기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소득 감소 없는 주5일 근무’를 약속했다.
배송기사들이 요구해온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배송기사는 “일요일까지 배송을 하는 대신 기사들은 주5일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히려 주6일 근무하던 이전보다도 근무 처우가 더 악화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며 “3인 1조, 4인 1조로 주7일 배송을 하는 대리점은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이라 쉴 수 있지만, 2주에 한 번 겨우 휴무일을 갖는 대리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지난달 배송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의 접근 방식을 변경했다. 6일 연속근무 시 7일째에는 배송업무 관련 메뉴에 접근할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2월 중 앱 차단을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다수의 대리점이 주5일제를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결국 이를 철회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최근에는 앱 차단 조건을 7일 연속근무 시 8일째 차단하는 방식으로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배송기사 A 씨는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 주5일 연속근무하고 6일째 앱을 차단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거다. 배송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CJ대한통운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니 앱 차단 조건을 변경하고 있는 거다.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다면서 7일 연속근무를 허용한 것은 사실상 주5일 근무제 운영을 포기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배송기사의 로테이션 근무 방식을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6일 단위로 연속근무를 막으면 매주 휴일이 고정되지 않는 이상 연속 이틀 휴무가 어려운 일정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속 근무일을 7일까지로 조정하게 된 것”이라며 “기사들이 주5일 근무 방식을 유지하면서 연속 이틀 휴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쿠팡으로 배송기사 이탈 우려도
주5일 근무제가 제대로 안착하지 않을 경우, 배송기사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배송기사는 “CJ대한통운은 노조가 사측과 협의한 휴무일(설·추석 명절, 택배 없는 날, 광복절)과 일요일에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것이 기사들에게는 쿠팡과 다른 큰 메리트로 꼽혔다. 많은 기사가 쿠팡으로 이직하지 않고 CJ대한통운에 남아 있는 이유”라며 “일요일 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 장점이 사라지게 된 것 아니냐. 그래서 주7일 배송 도입 시점부터 배송기사 사이에서 이직 논란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대리점연합회 등과 지난해 연말 주7일 배송 관련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두 달간 시행 후 3월 중 최종 단체협약을 맺기로 했다. 현재 최종 협약을 맺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소 늘어지는 분위기다. 주7일 배송 관련해 대체 인력을 어떻게 투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대리점은 기사들의 주5일 근무제를 위해 대체 인력이 반드시 투입돼야 하는데 원청(CJ대한통운)은 대체 인력 투입 의지가 없다는 부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말 근무에 대한 추가 수수료가 너무 적어 기사 유인율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지적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대리점은 주변 대리점과 묶어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대리점마다 규모, 상황이 다르다 보니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 주5일 근무제를 한 번에 도입하긴 어렵고, 단계적으로 추진, 확대하려는 입장”이라며 “물량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이 안착하기 쉬운 환경이다 보니 회사에서도 일요일 물량을 늘리기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이를 안착시키려는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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