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설업계에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100위권 안팎의 건설사들뿐 아니라, 10위권 안팎의 메이저 건설사들도 위험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본사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고, 다른 곳들도 상당한 규모의 사업조차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있다. 확실하게 돈이 되는 사업만 하고 그 외에는 살아남기에 모든 유동성을 집중해야 하는, 현재 건설업계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본사 부지 포함 1조 원 확보 나선 롯데건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들의 기업 회생 신청이 대형 건설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건설업계 부진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로도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 원 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1980년부터 사용해온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부지를 매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 약 5000억 원 안팎으로 평가받는 알짜 부지를 매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도권 창고 자산이나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업계 5위 건설사인 DL이앤씨와 DL케미칼 등을 보유한 DL그룹 역시 서울 여의도, 강남과 제주도에 있는 글래드호텔 3곳을 매각키로 했다. 지난해 잠정 연결기준으로 4분기 2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는데, 건설업계 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 부문은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M&A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편인데, 현재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싱가포르 투자청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매각 대금을 6000억~70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2242억 원 규모의 대장-홍대 광역철도 사업을 포기했다. 회사 매출액 대비 10.9%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지만, 비용 투입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포기를 결정했다. 대신 수익성이 더 높은 사업에만 집중하자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도 지원책 내놓지만 “현실과 괴리”
건설경기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중 건설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감소폭인 5.5%보다 더욱 가파르게 악화된다고 점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진의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4월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약한 지방 중심의 중견, 중소 건설사부터 부도 및 회생신청이 줄이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얘기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책을 내놓았다. SOC 사업을 빠르게 집행하기로 했다. △도로 △산업단지 △철도 △신공항 등 47개 SOC 사업을 발주하고, 올 상반기에 SOC 예산의 70%를 집행해 건설업계 부양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들은 돈이 되는 수도권 재건축 일부 정도에서조차 공사비 인상을 놓고 소송을 불사할 정도로 ‘한 푼이 급하다’는 분위기가 심각하다”며 “메이저들도 심각한데 분양이 다 안 이뤄지는 지방에서 PF로 사업하는 건설사들은 진짜 위기가 심각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0~100위권에 있는 건설사들의 도산이 4월부터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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