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를 통해 알뜰폰(MVNO) 브랜드 ‘퍼스트모바일’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동통신사(MNO)의 요금제보다 비싸게 사용해야 하지만, 전 목사와 대국본이 주도하는 ‘애국’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중심으로 영업과 가입이 활발하다. 가입자 1000만 명이라는 목표치를 달성하면 개통 추천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연금 100만 원씩을 주겠다는 구상은 마치 다단계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알뜰폰 시장에서 비합리적인 요금제에도 불구하고 다단계식 판매를 통한 가입 영업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통신 분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알뜰폰은 중소사업자에게 활짝 열려 있고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알뜰폰 요금제 다단계 판매에 따른 시장 영향이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소비자 피해 사례 모니터링 등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회의 수익다각화, 주력 사업은 노년층 대상 ‘알뜰폰’
전 목사는 2년 전 설교 연단에서 사업다각화 뜻을 밝혔다. 전 목사가 “나 돈 굉장히 좋아한다”고 운을 띄우며 소개한 사업이 바로 알뜰폰이다. 퍼스트모바일은 전 목사의 딸 전 아무개 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알뜰폰 업체로 시니어 전문 브랜드를 표방한다.
모바일 앱 ‘안녕 케어’와 연계해 ‘안부 서비스’, 병원 동행 등 무료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입자 확보는 전 목사의 정치적 동원력을 토대로 이뤄진다. 탄핵 무효 집회 현장에 전용 판촉 부스가 마련됐고 지지자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가입 동의서는 탄핵 반대 서명으로 둔갑했다.
퍼스트모바일의 경우 알뜰폰 사업 취지에 맞지 않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다.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알뜰폰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통신사들의 망을 빌려 쓴다. 기본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저렴한 요금제 운영이 가능하다. KT 망을 이용하는 퍼스트모바일의 요금제는 2023년 4월 출시 당시 9개였다가 현재 15개로 늘어났다.
요금제 가격은 KT보다 높다. LTE 100GB(기가바이트) 요금제 기준 퍼스트모바일의 ‘퍼스트 데이터100G+블라이스’ 요금제는 월 6만 5000원으로 KT ‘LTE 다이렉트 45’(4만 5000원)보다 2만 원 비싸다. KT 자회사 KT엠모바일과 비교하면 더 불리하다. 3개 상품으로 구성된 ‘모두다 맘껏 100GB+’ 요금제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 △편의점 할인 △온라인 결제 포인트 등 제공 서비스 별로 3만 8200원~4만 1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노골적으로 헌금성을 드러내는 요금제도 있다. ‘퍼스트 기부10’은 월 LTE 데이터 3GB에 3만 8000원을 받는데 전화와 문제가 무제한인 것을 감안해도 KT엠모바일의 ‘초알뜰 3GB/100분’(5900원)보다 6배 이상 비싸다.
#뿌리 깊은 통신 다단계, 가격이 무기인 알뜰폰도 예외 아냐
알뜰폰은 왜 ‘애국 마케팅’의 표적이 됐을까. 휴대폰 요금제는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대표적인 다단계 상품 대비 기본 단가가 높지 않다. 사용성에 큰 차이가 없는 필수품인 탓에 다단계 모객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알뜰폰은 신규사업자의 유입을 위해 진입장벽도 낮게 설정돼 있다. 납입자본 3억 원, 정보통신기술사·통신설비기능장 등 1명 이상의 기술 인력을 두고 이용자보호요건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하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다단계 영업과 수수료가 끼어들어가다 보니 가격 구조적으로 알뜰폰으로 보이지 않는 알뜰폰이 나오는 것”이라며 “필수품인 통신 상품으로 영업을 당했을 때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고 대기업 통신망을 이용하니 공신력이 있어 거부감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알뜰하지 않은’ 알뜰 요금제를 굳이 찾아 가입하는 건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찍이 다단계 업체가 자리 잡았던 알뜰폰 영역에서 비합리적인 가격 구성은 생소한 사례가 아니다.
점차 규모는 줄고 있지만 현재도 다단계판매사업자 에이씨앤코리아(플래시모바일), 앤알커뮤니케이션(앤텔레콤) 등이 정상 영업 중이다. 씨엔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던 ‘더블유’의 경우 회사가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말 문을 닫으면서 2월 28일부로 사업이 종료됐다. 더원플랫폼의 ‘아이플러스유’는 현재 공식 온라인 채널이 확인되지 않는다.
휴대폰·통신 사업은 초기부터 다단계 판매와 긴밀하게 연계돼왔다. 휴대폰 다단계 판매는 방문판매법에 따른 합법적인 영업방식이었는데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수요 축소로 통신3사가 다단계 판매를 늘리자 부작용이 속출했다. 경쟁 과열로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구형 단말을 고가에 판매하거나 불법 리베이트, 과다 수수료 문제가 터져 나온 것. 2010년대 들어 정부의 제동으로 통신3사와 다단계 사업자들이 손을 뗐지만, 일부는 알뜰폰 시장이 넘겨받았다.
업력 25년의 다단계판매사업자 앤알커뮤니케이션은 사업 초기부터 통신업에 주력하다가 2013년 KT와 계약을 체결하며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요금제를 보면 ‘LTE 후불데이터 10G(음성 100분·문자 100건)’ 월 3만 4200원으로 이야기모바일의 월 1만 6500원짜리 ‘이야기K 5G 데이터 충분 10GB(200분·100건)’ 요금제나 스마트텔레콤의 월 2만 8600원 ‘스위트 10GB+(300분·기본제공)’ 대비 가격이나 이용 혜택 면에서 이점이 없다.
플래시모바일은 제휴카드 할인과 편의점·데이터 추가 제공 등 프로모션을 연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LG유플러스와 KT 망을 각각 사용하는 ‘스타터 10GB(기본제공·기본제공)’가 월 2만 9700원으로 10GB 기준 타사 요금제보다 조금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업체 난립하지만 현황 파악·관리 ‘구멍’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는 알뜰폰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비자 피해가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뜰폰 사업은 등록제로 요건을 갖추면 별도의 인허가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거의 유일한 무기인 알뜰폰이 비싼 영업 수수료가 붙은 채로 유통되면 가계통신비 부담 인하라는 알뜰폰 사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는 50~60개 이상이지만 제대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절반 정도다. 신규사업자 유입만으로 경쟁이 촉진되는 건 아니라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알뜰폰 및 다단계 사업자를 관리하는 주체지만 현황 파악이나 관리 측면에서는 소홀하다는 평가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등록, 설립부터 업무 행태를 담당한다면 공정위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다단계 영업을 관리한다.
현행 제도상 과기정통부가 요금제 운영과 영업 행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매출 800억 미만 사업자의 경우 요금제 약관 신고도 필요하지 않다. 통신사업법에는 판매 형식 등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 사업자이면서 방문판매업을 하면 양쪽의 규제를 다 받게 된다”며 “아직까지 관련 피해 신고가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통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가 발생할 때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관리한다. 다단계 업무 행태 등은 방통위가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알뜰폰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후생 제고와 서비스 전반의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석현 실장은 “다단계가 불법은 아니지만 다단계 판매로 인한 피해는 막아야 한다”며 “사업 진입 규제 여부를 떠나 영업 과정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는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법적인 위반 사항이 있을 땐 제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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