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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삼성은 TSMC 못 이겨" 대만 경제학자가 보는 한국 반도체 미래

기술 축적되면서 격차 더 벌어져…트럼프 압박에 대응할 정부 없는 한국 '위험한 상황'

2025.02.27(Thu) 18:13:34

[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한국과 대만은 동병상련 처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만에 GDP의 10%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위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비즈한국은 ‘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대만의 정치·안보·경제 핵심 인물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TSMC를 경쟁사로 여긴다. TSMC도 삼성전자를 ‘경쟁 상대’로 여길까.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4.9%, 삼성전자가 9.3%를 차지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경제학과 왕신스(王信實) 교수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TSMC는 독점적 기술력과 반도체 생산의 최적화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TSMC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왕신스 교수는 산업,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대만의 경제학자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경제학과 왕신스 교수는 삼성이 TSMC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왕신스 교수는 지난 11일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삼성이 TSMC를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술의 축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TSMC는 계속 우세했고, 최첨단으로 가고 있다. 삼성이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TSMC가 걸어온 길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기술 영역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TSMC의 2나노 공정이 양산 가능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2나노 공정 수율(양품비율)이 60%를 초과했다며 생산능력 목표를 월 10만 장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신스 교수는 TSMC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력 유출 문제도 해결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5년 삼성이 TSMC의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해 대학의 연구원으로 위장 채용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삼성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인재를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과 TSMC의 인재를 빼가기 위해 연봉을 10배~20배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TSMC는 내부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 “TSMC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세분화했다. 기존 공정이 10개 단위였다면, 60~70개의 공정으로 세분화하고 특정 엔지니어가 전체 공정을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라고 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대만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자본의 투입, 토지의 매입은 오히려 간단한 문제다. 가장 큰 핵심은 고급 기술을 가진 인력의 이동이다. 삼성과 달리 TSMC는 중국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고급 엔지니어들을 파견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새로운 계약 조건을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에 따르면 TSMC의 엔지니어들은 퇴직 후 3년간 경쟁사에서 근무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기존 연봉의 몇십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왕신스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맞선 전략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문제는 트럼프다. 왕신스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는 단순히 관세 부과가 목적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반도체 산업을 활용하려 한다.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미국 내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업계를 압박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협상가로 반도체 산업과 국방비 증액을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려고 할 것이다. TSMC의 미국 투자와 대만의 국방비 인상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맞춰야만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을 압박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인 TSMC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왕 교수는 “TSMC의 80%는 외국 자본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자본이지만, 대만 기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영진과 투자자가 분리돼 있고, 대만 정부에서 TSMC에 직·간접적 지원들을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왕신스 교수는 트럼프를 낮잡아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마구잡이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치밀한 협상가다. 그는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략을 사용한다. 특히 1기 때와 달리 입장의 모호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2기는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협상한 방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트럼프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일본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취임 전부터 아베 신조의 유산을 강조하며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 재미있는 점은 아베 전 총리와 이시바 총리는 정치적으로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일본은 아베의 친트럼프 행보를 전략적으로 계승해 트럼프의 신뢰를 얻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방식대로 협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왕 교수의 분석이다. ​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 털의 방향대로 쓰다듬어야 하다. 자칫 반대로 쓰다듬으면 물릴 수도 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협상하고 싶을 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지 미리 준비해 결정해야 한다. 이후 트럼프가 협상을 요구하면 바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상황은 위험하다. 왕신스 교수는 “트럼프와의 협상은 시간을 끈다고 유리해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협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컨트롤 타워가 없는 한국은 위험한 상황이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왕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협상할 때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과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고, 하이테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트럼프의 전략은 이 중요성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 가치를 분명히 알고 트럼프를 상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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