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윌리엄 김 대표에게 특별 제공한 고급 빌라의 전세 계약을 최근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김 대표에게 사택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 빌라가 임대인 채무로 경매 절차가 예정돼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계약 맺은 사택, 경매로 넘어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윌리엄 김 대표에게 사택으로 제공 중인 청담동 고급 빌라의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관련기사 [단독] 신세계인터, 윌리엄 김 대표에게 35억 사택 제공). 지난 2월 14일이 만기였으나, 계약을 1년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2026년 3월 임기 만료 시기까지 사택에서 거주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는 2023년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빌라 브르넨 청담에 임차 계약을 맺었다. 새로 취임한 김 대표에게 사택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당시 신세계인터는 보증금 35억 원을 내고 2년 계약을 맺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은 이 보증금 외에 월세 1600만~1800만 원을 내는 반전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빌라의 전세 호가는 70억 원에 달했다.

신세계인터의 계약 연장은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김 대표에게 사택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전세금 반환 문제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신세계인터가 전세 계약을 맺은 세대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임의경매 개시결정을 받았다. 임대인의 채무 때문이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때 채권자가 담보로 잡아둔 물건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신세계인터 측은 임의경매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중 최고서, 임차인통지서 등을 송달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배당 요구를 위해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주택임대차)를 제출했다. 전세금 반환을 위한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신세계인터가 전세 계약을 맺은 세대 소유주는 이 빌라 공급사인 주식회사 브르넨의 대표다. 브르넨 청담은 전체 8가구 중 절반인 4가구가 분양되지 않아 브르넨의 대표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그가 소유 중인 4가구가 모두 법원에서 임의경매 개시결정을 받았다. 그 중 한 채는 지난해 경매개시결정이 취소돼 현재는 3가구만 경매가 진행 또는 대기 중이다.
특히 지난해 경매가 진행된 매물은 감정가(80억 9000만 원)보다 높은 83억 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해 다시 경매에 부쳐졌다. 지난 2월 19일 두 번째 경매에서 유찰되면서 20% 감액된 64억 7200만 원에 세 번째 경매가 3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가 전세 계약을 맺은 세대는 아직 경매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임의경매 절차 기간은 유찰 등을 고려할 경우 1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 측은 전세금 반환 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경매 관련해서는 회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임대인과) 협의가 되어 올해까지 계약 연장을 했고, 문제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작년엔 ‘복리후생비’도 받은 윌리엄 김 대표, 성과 보여줄까
신세계인터는 2023년 실적 개선을 위해 명품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를 모셔오며 고급 사택과 고액 연봉 등의 파격 혜택을 제공했다. 김 대표가 취임한 첫해 받은 연봉은 27억 원으로 패션업계 대표이사 중 가장 높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문 경영인 중에서도 ‘연봉킹’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상당한 보수를 받았다. 2024년 상반기 그의 근로소득 내역을 살펴보면 전년보다 급여는 2.7%가량 올랐고, 전년도에는 받지 않았던 기타 근로소득이 추가됐다. 임원처우규정에 따라 의료지원, 학자금 등의 복리후생비 37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내용이다. 2023년 상반기 12억 5100만 원이던 보수총액은 지난해 상반기 13억 1700만 원으로 늘었다.
특별대우가 이어지는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올해 김 대표는 신세계인터의 실적 개선에 더욱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신세계는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회사를 총괄해온 윌리엄 김 대표를 패션 부문 담당으로 변경하고,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를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윌리엄 김 대표는 패션 부문에서 실적 반등을 이뤄내야 하는데, 국내 패션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이라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악재까지 겹치는 분위기다. 최근 신세계인터 자회사인 신세계톰보이에서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의 구스다운 제품에서 덕다운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세계인터는 자체 패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신세계톰보이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위기에 놓였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2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사실을 인지한 즉시 제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유통 중인 제품을 회수 중”이라며 “품질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고객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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