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엔씨소프트(NC)가 지난해 매출 1조 5781억 원, 영업손실 1092억 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NC가 2003년 상장 이후 연간 영업손실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NC 주주들은 프로야구팀 ‘엔씨다이노스’ 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NC는 매년 엔씨다이노스에 수백억 원을 지원하지만 정작 엔씨다이노스의 실적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엔씨다이노스의 창단은 김택진 NC 대표가 주도했다. 김 대표는 2011년 엔씨다이노스 창단 승인식에서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면서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며 “야구가 큰 감동이 되는 것을 느끼고 창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도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프로야구는 김 대표 개인의 관심사일 뿐, 기업의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엔씨다이노스의 표면적인 실적은 나쁘지 않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엔씨다이노스는 2022년 매출 588억 원, 영업이익 38억 원을 거뒀고, 2023년에는 매출 551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기록했다. 엔씨다이노스의 2024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씨다이노스가 이러한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NC의 지원이 있었다. 엔씨다이노스는 2022년과 2023년 NC로부터 각각 325억 원, 249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NC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이는 대부분 광고 매출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고는 명목일 뿐, 사실상 NC가 엔씨다이노스에 수백억 원을 지원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병무 NC 대표는 지난해 3월 “엔씨다이노스의 경영 지원을 대폭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NC는 지난해 1~3분기 엔씨다이노스에 광고선전비 명목으로 140억 원을 지급했다. 다만 NC의 엔씨다이노스 광고비는 1분기와 4분기에 집중된다. NC는 2023년에도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2억 원씩만 엔씨다이노스에 지급했다.
재계에서는 NC의 올해 엔씨다이노스 지원 규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NC는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NC가 올해도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NC에 대해 “‘택탄’ 등 신작 출시 지연으로 상반기 매출 성장을 이끌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대작인 ‘아이온2’는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으로 대부분의 성과는 2026년 반영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인 캐시카우인 모바일 게임 3종(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의미한 규모의 매출이 기대되는 신작 출시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NC가 올해도 엔씨다이노스에 수백억 원을 지원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NC 직원 사기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NC는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NC는 2월 12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00여 명이 자회사로 이동했고, 800~900명 정도는 희망퇴직 등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도 좋지 않은 엔씨다이노스에 대한 수백억 원의 지원은 NC 직원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NC가 엔씨다이노스 지원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프로야구 입장권이나 상품 판매만으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엔씨다이노스 연고지인 창원시는 다른 프로야구팀 연고지에 비해 인구가 많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엔씨다이노스의 지난해 관중 수는 74만 9058명으로 10개 프로야구팀 중 최하위였다. 지난해 관중 수 1위 구단은 139만 7499명을 동원한 LG트윈스로 엔씨다이노스와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엔씨다이노스는 관중 수가 상승세에 있고, 모기업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재계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NC의 엔씨다이노스 매각설이 나왔다. 그때마다 NC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NC가 설령 엔씨다이노스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그 작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프로야구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 소재 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엔씨다이노스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NC는 엔씨다이노스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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