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설날이 되면 조카들이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준다. 연령별로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시대가 변하고 물가가 많이 올라 결혼식 축의금도 5만 원이 적다는 의견이 많이 늘었어서인지, 조카들에게 푼돈만 주기도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만큼 경제관념에 대한 지식도 늘어나 세뱃돈을 모아 저축한 아이들도 많다.
자녀들이 받은 돌반지나 세뱃돈 등을 모아서 부모가 은행이나 증권 계좌를 만들어주는 곳도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성년 예·적금 계좌 잔액은 7조 8천90억 원이었다. 2020년 말의 6조 4977억 원과 비교하면 1조 3114억 원(20.2%)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전체 미성년 예·적금 계좌 수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고액 계좌는 늘었다. 5억 원 이상 고액 예·적금 계좌 수는 지난해 말 145개였는데, 전년 말(136개)보다 증가했고, 잔액도 1348억 원에서 1502억 원으로 154억 원(11.4%) 더욱 늘었다. 진 의원은 “미성년자 계좌를 이용한 편법 증여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금액 이상의 예·적금에는 증여세 신고 기준 강화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녀의 이름으로 한 푼, 두 푼 모은 돈도 세금을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세뱃돈, 결혼식 축의금, 부조금처럼 축하금의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다. 물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따르자면 세뱃돈도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다만 과세표준 50만 원 미만인 경우 과세최저한에 해당되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액수일 경우에는 과세된다.
직장인 A씨는 자녀 이름으로 모은 돈 1000만 원을 증권 계좌에 넣어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증여’라는 얘기에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증여는 거래 형식이나 목적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받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받는 것은 모두 증여이며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독립하지 않는 별도의 수익이 없는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은 부모의 부양의무로 인해 증여가 아니다.
A씨 자녀도 증여세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10년간 2000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총 4000만 원을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자녀 계좌에 1000만 원이 입금되는 순간 과세당국이 파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과세 대상이 아니라도 증여를 했다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미성년자라 비과세이기 때문에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약 증여신고를 하지 않고 나중에 세금을 내게 된다면 가산세가 붙게 되므로, 공제 금액을 넘든 안 넘든 신고하는 게 좋다.
오히려 자녀 이름으로 모은 돈을 직접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비과세 범위를 넘지 않는 정도의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해외 주식으로 수익을 낸 돈에 대해서는 기본 공제액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서 22%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주식을 증여할 경우 증여할 때의 시가가 해당 주식의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에, 증여 이후의 가치 상승분에 대한 양도소득세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증여받은 주식을 1년 안에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시 취득가액을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보기 때문에, 1년이 지나고 팔아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연말정산 인적공제 기준이다. 고정 수입이 없는 부양가족이 있으면 연말정산할 때 인당 150만 원의 인적공제를 받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종합·양도·퇴직소득의 합계가 연 100만 원 이상 발생하면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명심해서 따져봐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가 대신 미성년 자녀의 명의로 주식을 활발하게 사고팔면, 부모의 차명계좌로 간주되어 부모의 적극적인 거래 행위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제2의 거래소가 온다 'ATS' A to Z
·
[가장 보통의 투자] 딥시크 쇼크에 흔들린 증시, 빅테크 투자 여전히 유효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총성 없는 3차 세계대전' 트럼프 관세 전쟁 어떻게 대응하나
·
[가장 보통의 투자] 미리 준비하는 포스트 계엄 "무엇을 담아볼까"
·
[가장 보통의 투자] 황 회장 말 한마디에 폭락한 양자컴퓨터 투자, 어떻게 봐야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