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육아휴직 셋 중 하나는 남성, 그래도 '사표' 품고 신청한다

9년 새 9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눈치와 걱정 여전 "승진, 인사평가 불이익 감수"

2025.02.24(Mon) 11:51:17

[비즈한국] #1.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A 차장은 네 살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육아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미 아내는 육아휴직을 다 썼고, 자신은 승진을 앞둔 데다 팀이 프로젝트로 바쁜 상황이라서 눈치가 보였다. 결국 그의 선택은 ‘사직’도 함께 제안하는 것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회사에 폐가 갈 것이 눈치가 보이니 사직하겠다”고 제안하자 회사에서는 “일단 6개월 쉬었다 와서 얘기하자”며 육아휴직을 받아줬다. 덕분에 A 차장은 6개월 후 복귀했다. 다만 회사에 고마운 마음이 드는 만큼 한동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2. 최근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30대 후반 B 씨. 3살 아들을 둔 그는 이직 후 회사 눈치를 보고 있다.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1년)이 곧 끝나는데,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돌이 갓 지난 아이를 종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회사는 보수적인 분위기라 ‘일이 없어도 6시 30분에 퇴근해야 한다’고 가이드를 받은 상황이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이직한 지 6개월도 안 돼 신청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탓에 고민이 깊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 1829명으로 전년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사진=pixabay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의 비율이 늘고 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 1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했다. 육아휴직 신청자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2023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3만 5336명으로 전체의 28%였던 점을 고려하면 3%P 이상 증가했다. 또 2015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4872명(5.6%)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9년 새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증가세다. 올해 1월 1일 이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2% 증가해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수 증가율 42.6%를 웃돈다.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육아휴직 신청 시 향후 인사고과, 승진, 부서 배치, 직장 내 관계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39세 C 씨는 “아내 육아휴직이 끝날 때 아이가 13개월 정도로 막 걷기 시작해서 어린이집에 8시간씩 맡기는 게 맘에 걸렸다. 3~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신청해볼까 했지만 다들 향후 승진을 우려하는 탓에 접었다”며 “육아휴직 수당을 받지만 월급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 생활비도 고려해 부모님 도움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민주노동연구원의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를 보면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응답자들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인사고과,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85%·복수 응답 가능)’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앞선 A 차장도 “복귀 후 첫해 인사평과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당연히 팀 내에서 최저 수준을 받았다”며 “승진도 당연히 한두 해 정도 더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이미 불이익을 감수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모두가 털어놓는 고민이다. 잘나가는 IT 기업에 다니는 40세 D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내가 이 회사에서 10년은 더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레 회사 눈치를 더 보게 된다”며 “아내가 전업주부여서 육아휴직을 고민하지는 않지만, 외벌이인 탓에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대부업 철수' 약속한 OK금융, 계열사 사명 바꾸고 사업목적 변경
· [멋진 신세계] 아이폰 16e, 환율에 희석된 '덜어냄의 미학'
· 현대로템·한화시스템 'APS' 각자 개발, '국익' 따져보면…
· '휴보 만든 로봇강국' 한국은 왜 휴머노이드 경쟁서 뒤처졌나
· 합계출산율 '0.72명' 아이 키우기 좋은 제약사 1위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