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이 2월 20일 9, 10화를 공개하며 끝났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터디그룹’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빵’된 윤가민(황민현)이 유성공고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어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액션 학원물. 1화만 봐도 상당히 ‘골때리는’ 작품임을 알 수 있는데, 취향만 맞는다면 큭큭거리며 볼 수 있다.

단정하게 입은 교복과 얌전한 헤어스타일, 모범생 이미지에 어울리는 안경을 착용한 윤가민.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도 공부에만 몰두하는 학생이다. 전교 1~2등은 할 것 같은 포스를 뽐내지만, 놀랍게도 그의 성적은 꼴찌에서 1~2등을 다투는 처지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다. 대학에 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누군가 농담처럼 말한 특성화고 특별 전형을 귀담아듣고 유성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문제는 이 학교가 ‘조폭 양성소’란 별명이 붙어 있을 만큼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교라는 것. 공부는커녕 쉬는 시간마다 ‘싸움 서열’을 높이고자 주먹다짐이 횡행하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위해 교내 곳곳에 재떨이용 드럼통이 놓여 있을 정도다.

그래도 윤가민은 공부를 한다. 혼자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 같아 자신과 같이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갈 이들을 모아 스터디그룹을 결성하고자 한다. 그렇게 윤가민이 ‘공부할 눈빛’을 찾아 스터디그룹을 결성하고, 그를 훼방 놓는 유성공고의 암적인 존재들에 대항하여 비정상적이던 학교를 되돌려놓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다.
문제는 윤가민이 공부를 지독하게 못하는 반면 싸움은 ‘신급’으로 잘한다는 것. 공부를 잘하려면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져진 그의 신체 능력과 삼촌으로부터 배운 각종 무술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민은 그저 공부할 친구들을 모아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올려 대학에 가고 싶을 뿐인데, 주변의 존재들이 그를 자꾸 훼방 놓는다. 공부를 하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 윤가민이 첫 번째로 찾은 ‘공부할 눈빛’인 전교 2등 김세현(이종현)의 말처럼, 윤가민 정도면 공부가 아니라 운동으로 대학에 가는 게 훨씬 영리한 방법일 것이다. 그토록 노력하는데도 윤가민의 등수는 오르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윤가민은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공부해서 대학생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공부하는 과정을 지겨워하지 않는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100문제 중 99개를 틀렸어도 맞힌 1문제에 순수하게 기뻐한다. 윤가민이 대학이란 수단에 목매는 현실의 인물들을 패러디한 건가 싶다가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후반부에 전무송이 특별출연으로 분한 김순철(주연우)의 할아버지가 던지는 말이 윤가민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사람이 배움을 멈추는 순간 삶도 멈추는 거야.”

윤가민과 김세현을 포함해 우여곡절 끝에 스터디그룹이 결성되지만 이후에도 이 스터디그룹은 공부보다 싸움하는 상황에 더 많이 놓인다. 그들이 있는 곳이 유성공고이기 때문. 유성공고가 교사들도 손을 놓을 만큼 대놓고 비정상적인 데도 이유가 있다. 유성공고의 재단은 연백재단으로, 전국구 조폭이자 대외적으론 대기업 YB그룹으로 행세하는 연백파에게 돈세탁해서 정치자금줄이 되어주는 곳이다. 유성공고의 실세는 2학년 재학생인 연백파 회장의 아들 피한울(차우민)로, 그는 교내에 싸움 서열 어플을 알리고 학교를 제 입맛대로 꾸려간다. 그의 사악함이 어느 정도냐, 거슬리는 이들은 사람을 시켜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윤가민과 친구들은 마지막 10화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싸운다. 스터디그룹 멤버를 지키기 위해, 스터디그룹 교사인 이한경(한지은)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정상화시키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공부를 하기 위해. 아, 폭력적인 장면이 싫다고 이 드라마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이 드라마를 ‘골때린다’고 말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폭력들은 분명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고 심지어 무기를 장착할 만큼 눈살을 찌푸릴 수위이긴 한데, 그 묘사와 톤이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기에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불타는 가방으로 적을 쓰러뜨리고, 주먹질로 사람을 날려버리는 걸 넘어 벽을 뚫어 버리는데, 심각해질 이유가 있겠냐고.
폭력 묘사는 과장된 만화적 기법으로 가볍게 연출하고, 의외의 장면에서 의외의 톤으로 ‘삑사리’ 같은 웃음을 던지는 ‘스터디그룹’. 설정도 독특하고, 연출도 독특하고, 주인공들의 연기도 신선하다. 특히 ‘환혼’ 시리즈로 절묘한 타입 캐스팅이라 여겨졌던 황민현이 이 작품으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되게 된 것도 이 드라마의 의의 중 하나. ‘환혼’ 때만 해도 잘생긴 얼굴과 선하고도 차가운 이미지를 잘 활용했으나 연기력엔 가능성이 적어 보였는데, ‘스터디그룹’에서도 감정 연기 등에 아직 미흡한 모습은 있지만 액션은 물론 자신의 외적인 요소를 활용해 코믹한 연기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종현, 차우민, 신수현, 윤상정, 공도유, 백서후, 박윤호 등 신선하고 젊은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

‘스터디그룹’은 3주 연속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고, 라쿠텐 비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74개국 톱2, 147개국에서 톱5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참신한 스토리, 스피디한 전개, 만화 같은 액션과 연출이 매력적일뿐더러 석매튜와 박건욱이 부른 주제가 ‘Back Packer’와 김하온이 부른 ‘Hood’ 등 OST 또한 귀에 착착 감긴다. 10부작을 몰아봐도 7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니 만화책 넘기듯 훌훌 즐겁게 감상해 보시라.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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