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멋진 신세계] 아이폰 16e, 환율에 희석된 '덜어냄의 미학'

보급형 납득 어려운 한국 판매가격 '아쉬움'…자급제 보다는 이통사 등 별도 채널에 적합

2025.02.24(Mon) 10:29:21

[비즈한국] 애플이 아이폰 16e를 공개했습니다. 애초 아이폰 SE의 4번째 세대로 지목된 가격 중심의 아이폰이 SE 대신 아이폰 16의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으로 더해졌습니다. 이걸로 아이폰 16은 일반, 프로, 그리고 e의 세 가지로 구분되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적절한 가격에 강력한 성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아이폰16e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환율 영향으로 적절하지 못한 가격이 되었고, 맥세이프 삭제 등 몇 가지 빠진 기능으로 인한 성능 면에서도 강력하지도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진=애플 제공

 

아이폰 16e의 e는 무슨 뜻일까요? 애플은 가성비를 이야기합니다. 영문으로도 '적절한 가격에 강력한 성능’이라고 설명합니다. e는 IT 기기에 종종 쓰이는 수식어인데, 대개 경제적이라거나 효율, 엔트리 같은 의미로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애플은 저가형, 보급형 등으로 기기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려서 조금은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씁니다.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이 시간을 등에 업고 가격을 낮추는 것입니다. 아이폰 16 시리즈와 함께 일반 아이폰 15의 값을 내려서 함께 판매하는 식입니다.

 

#시간이 만들어주는 애플의 보급형 시장 공략

 

애플이 가격 중심의 제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예 모델을 분리한 건 아이폰 5c 같은 모델이 있습니다. 아이폰 5s와 같이 공개한 제품인데, 스펙은 아이폰 5와 같고 아이폰 5s의 터치 ID 같은 요소들을 지웠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알루미늄 케이스 대신 플라스틱을 입혔습니다.

 

그렇다고 아이폰 5c가 싸구려 부품으로 가격을 내린 모델은 아닙니다. 플라스틱을 쓰긴 했지만 좋은 소재를 썼고, 독자적인 디자인과 컬러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아이폰 5의 성능이 여전히 좋았고 알루미늄 케이스가 고급스러웠기 때문에 그대로 판매하면 아이폰 5s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겠죠. 결과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신제품의 상품성을 건드리지 않는 모델인 겁니다.

 

아이폰16e는 아이폰 14의 폼펙터에 아이폰 16의 두뇌를 탑재했다. 다만 보급형 제품답게 색상 선택 등 약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사진=애플 제공

 

대표적인 가격 중심의 아이폰은 아이폰 SE를 들 수 있습니다. 3세대까지 나오면서 나름의 시장을 만들 만큼 큰 인기를 누려 왔습니다. 아이폰 SE의 강점은 가격이지만 이 역시 보급형 모델을 명분으로 세운 건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아이폰 SE는 4인치대 작은 아이폰에 대한 요구가 계속 나오면서 시작된 제품입니다. 아이폰 6 이후 지속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아이폰이 낯설다는 반응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5s의 폼팩터를 바탕으로 크기는 작지만 당시 주력 모델인 아이폰 6s와 같은 프로세서를 넣어서 만든 특별판, Special Edition이 SE로 이름에 붙었습니다.

 

이후 이 아이폰 SE는 2, 3세대를 통해 크기, 그리고 터치ID 홈버튼이 중심이 되는 모델로 자리를 잡습니다. 아이폰 X 이후 전면 디스플레이 기반으로 기기가 커지다 보니 작은 아이폰, 그리고 아이덴티티인 홈버튼을 아쉬워하는 수요를 위한 제품이었죠. 여전히 성능은 당대의 제품과 똑같이 맞췄고, 사실상 폼팩터 생산 단가는 최대한으로 낮춰져 있는 모델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가격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가격은 아이폰 SE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아이폰SE는 2016년에 등장한 1세대가 399달러였고 국내에서는 59만 원에 팔렸습니다. 2020년에는 2세대가 399달러 55만 원에, 2022년에는 3세대가 429달러, 65만 원에 팔리면서 성능과 가격 면에서 놀라움을 샀습니다.

 

특히 2세대는 아이폰 X 이후 아이폰 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격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았던 모델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폰 SE는 가격 중심의 보급형의 라인업을 가져가긴 했지만 애플도 SE를 기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팬들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언급해 왔고, 이걸 쓰는 사람들도 싼 모델이 아니라 한 손에 들어오는 디스플레이, 홈 버튼, 터치ID 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이런 포인트는 단순히 저가형 보급형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깎아먹지 않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시장의 명확한 요구 ‘가격’, 그리고 아쉬움

 

그래서 아이폰 16e과 가성비라는 메시지가 좀 어색하긴 합니다. 전면에 가격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콘셉트의 제품이 안 나올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폰 SE는 사실 입에 많이 오르내리지는 않지만 은근히 많이 팔리고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아이폰의 밸류는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작고 가벼운 데다가 여전히 직관적이고 빠른 터치ID와 홈버튼이 주는 가치가 컸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이폰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이 아이폰 SE의 수요는 더 커졌습니다. 아이폰 16 프로는 155만 원이고 아이폰 16도 125만 원부터 시작될 만큼 비쌉니다. 화면이 큰 모델들은 여기에서 더 비싸지고 저장 공간을 늘리면 그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폰 SE의 4세대가 적절한 가격대를 만들어줘야 했습니다. 

 

아이폰 16e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현재 가장 저렴한 아이폰이다. 사진=애플 제공

 

그래서 아이폰 16e의 목표는 명확히 가격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폰 16의 프로세서를 아이폰 14의 폼팩터에 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6.06인치 디스플레이부터 노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케이스까지 모든 부분이 같습니다. 카메라도 초광각을 덜어내고 표준 카메라를 달았습니다. 이걸로 크롭 방식의 2배 줌까지 처리되는 방식입니다.

 

애플의 목표는 낮은 가격대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쓸 수 있는 아이폰에 있었기 때문에 A18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대신 GPU 코어는 4코어로 한 개가 줄었습니다. 아이폰 16보다 GPU 성능이 20%정도 줄어들지만, 이전 세대 수준은 채워줄 것으로 보입니다.

 

아쉽다는 평을 받는 부분은 두 가지인데, 맥세이프 무선 충전이 안 됩니다. 1세대 Qi 무선은 되고 USB C 커넥터로 20W 충전을 할 수는 있습니다. 자석이 달린 케이스를 쓰면 맥세이프나 Qi2 충전기를 쓸 수는 있겠지만 충전 속도가 아쉽겠죠. 맥세이프와 Qi2는 애플이 미는 규격이기도 하고 원래 아이폰 14 폼팩터에도 있었는데 이걸 일부러 설계를 바꿔서까지 뺀 건 의아합니다. 물론 어떤 것도 뺄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말이죠.

 

그런데 그 가격이 시원하게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본 128GB 모델이 99만 원입니다. 256GB 모델이 가장 적절할 것 같은데 114만 원입니다. 일반 아이폰 16은 128GB가 125만 원부터 시작하고 256GB가 140만 원입니다. 뭔가 조금 아쉬운 가격이죠. 여기에 아직까지 팔고 있는 109만 원짜리 아이폰 15를 대 보면 더 혼란스럽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에 세 가지 라인업이 주루룩 잡힌 모양새입니다.

 

#‘덜어냄의 미학’과 환율의 복잡한 상관 관계

 

애초 아이폰 16e는 밸류를 생각한다면 아이폰 16에서 가치를 상하지 않게 뭔가를 잘 빼는 ‘덜어냄의 미학’이 필요한 기기입니다. 25만 원 정도에 다이내믹 아일랜드, 듀얼 카메라, 카메라 컨트롤, 맥 세이프, 그리고 여러가지 색을 덜어낸 건데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합니다. ‘100만 원이 넘으니까 이왕이면 아이폰 16을 사자’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폰 SE가 50만 원 대에서 팔렸던 걸 떠올려 보면 그 격차가 더 아쉽습니다.

 

99만원이라는 애매한 가격이 상당부분 환율 때문이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아이폰 SE2는 399달러 제품이 55만 원에 팔렸지만 아이폰 16e는 599달러로 사실 많이 오르긴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폰 16의 799달러와 비교하면 제법 가격 차가 느껴지죠. 우리는 599달러가 99만 원이 되는 환율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충 미국 판매가에 10% 부가세를 가정해서 붙이고 그걸 우리나라 판매가에서 나누면 1달러당 얼마에 가격이 결정됐는지 볼 수 있는데, 아이폰 16은 1420원 정도, 아이폰 16e는 1500원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599달러와 799달러만큼의 체감과는 확연히 다르죠. 아이폰 16과 같은 환율이었다면 아이폰 16e도 85만원 정도가 됐을 테고, 아이폰 SE2의 환율이면 75만 원 선입니다. 아이폰 16의 가격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이폰 16을 사는 편이 낫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이폰 16의 값을 올려서 그 폭을 맞추는 것도 좋지 않죠. 플레이스테이션 5처럼 말이죠. 물론 25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그 돈을 더 투자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이폰 16e는 애플스토어나 소매점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환율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채널, 그러니까 통신사들을 통해서 약정과 적절한 보조금을 얹어서 판매되는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아이폰 15를 사겠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지금 아이폰 15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15는 폼팩터로는 더 좋을 수 있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아이폰의 경험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겁니다. 4월이면 한국어도 된다고 합니다.

 

아이폰 16e는 과거 노치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폼펙터에 비교적 최신 CPU를 탑재하는 보급형 아이폰 전략은 과거와 유사하지만, 문제는 'e'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가격이다. 사진=애플 제공

 

#다시 문 여는 모뎀 독립 운동

 

마지막으로 아이폰 16e의 숨은 미션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모뎀입니다. 애플이 직접 만든 모뎀이 들어갑니다. 참 이게 오래 걸리기도 했고, 할 수 있나 없나를 두고 말도 많았는데 결국 애플은 모뎀을 만들어냈고, 그걸 제품에 처음 넣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텔의 모뎀 사업을 인수하면서 모뎀 독립을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모뎀은 퀄컴이 꽉 잡고 있는 시장이고, 특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데다가 퀄컴 외의 모뎀은 늘 성능 이슈를 안고 있었습니다. 애플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고, 그 실험을 아이폰 16e로 시작하는 듯 합니다. 이게 충분히 성능을 낸다면 서서히 퀄컴을 벗어나면서 지난 십 수년의 갈등이 정리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퀄컴으로서는 반대의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인텔도, 엔비디아도, 삼성도 프로세서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던 게 모뎀인데, 과연 애플은 다시 그 모뎀 시장에서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해 봅니다.

 

아이폰 16e는 애플로서는 가격 중심의 라인업도, 새로운 모뎀도 커다란 시도가 되는 모델입니다. 지금 에플에 필요한 라인업이라는 것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급형 모델에서 무엇을 덜어내야 했는지, 그리고 불안한 환율 환경에 왜곡된 가격 균형을 어떻게 해소해야 했을지에 대해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 남는 아이폰입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휴보 만든 로봇강국' 한국은 왜 휴머노이드 경쟁서 뒤처졌나
· "월 5900원으로 2년마다 기기 교체" 삼성전자 '갤럭시 구독클럽' 전망은?
· 2025년 스마트폰 슬림화 이뤄낸 핵심 기술 3가지
· [단독] '개인정보 침해' 논란 카카오맵,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위반 의혹
· [단독] "삼성·구글만 허용…" 갤럭시 폰에 서드파티 앱 알람 아이콘 차단, 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