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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수 1위' CU의 출점 비결? 로드사이드 점포도 1분 거리 근접 출점 논란

600m 떨어졌지만 국도변이라 '1분 거리'…BGF "근접 출점 제한 거리 준수"

2025.02.19(Wed) 16:02:46

[비즈한국] 편의점 업계가 시장 포화상태로 신규 출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외형 점포인 로드사이드 매장까지도 근접 출점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가맹 본사의 과도한 출점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점주들의 생존권까지도 위협 받는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편의점 업계 출점 경쟁에 폐업을 고민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차량 손님만 오는 매장인데’ 1분 거리에 편의점이 또?

 

강원도 화천군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달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 근처에 또 다른 CU 매장이 신규 오픈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편의점 출점 경쟁이 과다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 그에게까지 이런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A 씨가 운영 중인 편의점은 강원도 국도변에 위치한 로드사이드 점포다. 도보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도로 옆 갓길을 이용해야 하는 위치다 보니 편의점을 방문하는 손님 대부분은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 오픈한 CU 점포는 A 씨의 매장에서 600m가량 떨어져 있다. 기존에 슈퍼로 운영됐던 자리에 CU 매장이 들어선 것이다. A 씨는 “새 매장이 오픈하기 2주 전에 영업 직원이 와서 오픈 소식을 전하더라. 이미 해당 매장의 인테리어 작업 등이 시작된 후였다”며 “어떻게 막아볼 방법도 없이 매장이 들어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시내 지역도 아니고, 이런 시골 동네에 같은 브랜드 매장을 코앞에 내는 것이 말이 되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BGF리테일 본사에 근접 출점과 관련해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문제없다’는 답변이었다. 편의점 업계는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을 맺고 출점 거리를 제한하고 있다. 동일 브랜드의 경우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데, A 씨의 점포와 신규 매장 사이의 거리가 250m가 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A 씨가 운영 중인 편의점 매장 인근 도로.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도보로는 접근이 어렵다. 사진=네이버지도 로드뷰

 

하지만 A 씨는 로드사이드 점포 특성상 직선거리만으로 근접 출점을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곳은 도보 손님이 없는 곳이다. 차량으로만 진입이 가능한데, 신규 매장은 차량으로 이동하면 1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매장 특성상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근처 다른 편의점 브랜드 관계자도 찾아와 ‘본사에서 어떻게 이런 근접 출점을 할 수 있냐.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신규 매장 개점 후 A 씨 점포의 매출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보통 토요일 매출이 100만 원이 넘는데 요즘은 8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평소라면 600만 원 이상을 기록하는 월 순수익이 인근 매장 출점으로 인해 400만 원에 못 미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지 올해 9년 차다. 내년에 재계약 시기가 돌아오지만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며 “365일 매장문을 열기 위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가족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다. 그렇게 매장을 지키며 키워왔는데, 돌아온 것이 이런 결과라니 씁쓸하다”고 전했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경우 가맹점주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동일 브랜드 가맹점으로부터 250m 내에 CU 편의점을 신규로 개점하지 않는다. 이는 로드사이드 점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최근에는 무리한 개점 수 늘리기와 같은 양적 강화 전략이 아닌 브랜드 파워를 통한 우량 신규점 중심의 개점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매년 가맹점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 단순 비용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가맹점의 실질적인 매출 향상을 돕는 상생안을 마련하고, 그 지원과 혜택의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 4852개로 집계됐다. 곧 일본 편의점 수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위약금 내고 폐점 후 빈 매장 월세만 낸다” 편의점주의 한숨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 숫자가 매출로 직결되다 보니 점포수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2010년대부터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편의점 업계는 공격적 출점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0년 1만 6937개였던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2020년 4만 8094개로 늘었고, 2021년에는 5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 4852개다.

 

곧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편의점 숫자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일본 편의점 수는 5만 5736개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6배인데도, 편의점 수는 겨우 800여 개 차이다.

 

최근 속도가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편의점 업계는 경쟁적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CU는 2021년 1만 5855개였던 점포수가 2022년 1만 6787개, 2023년 1만 7762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 8458개로 집계됐다. 작년 연말 기준 편의점 4대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점포수다. GS25도 같은 기간 점포수가 1만 5499개, 1만 6448개, 1만 7390개, 1만 8112개로 늘었다.

 

출점 경쟁에 한숨이 깊어지는 것은 가맹점주다. 과다 출점으로 점포 수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폐업 희망 가맹점이 급증하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매달 적자가 이어지는 탓에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편의점을 계약 만기 전 중도 폐점하려는 점주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관련해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 사이 분쟁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비즈한국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 분야 편의점 4개사의 분쟁조정 사건 접수 건수는 240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149건보다 60%가량 늘어난 수치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올해 편의점 폐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편의점주는 “지금 당장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폐업일 것”이라며 “현재 매달 적자가 500만 원 이상 나는데, 계약기간이 3년 이상 남았다. 본사에 문의하니 위약금 1억 원가량이 필요하다는데,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폐업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5년 계약한 매장을 1년 운영한 뒤 위약금을 물고 최근 폐점했다. 매장을 운영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지만 본사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매장은 폐점했지만 매달 월세를 내는 상황이다. 손해가 어마어마하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 새로 임대를 하려는 사람도 없다. 빈 가게의 월세만 내는 심정은 말로 할 수 없다. 비슷한 상황인 점주들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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