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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트럼프 2기, 일본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

일본, 트럼프와 '직접 대화'로 기회 모색…대화 없는 한국, '곤란한 상황' 처했다

2025.02.19(Wed) 16:10:59

[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한국과 대만은 동병상련 처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만에 GDP의 10%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위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비즈한국은 ‘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대만의 정치·안보·경제 핵심 인물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지난 2월 7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이시바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동아시아 국가 중 일본이 선두적으로 트럼프와 협상하는 모양새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하고, 북한에 대한 한·미·일 3개국의 파트너십을 확인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일본이 미국에 ‘철강 관세 예외’를 요청한 걸로 알려지면서, 정상회담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월 10일 만난 대만 푸렌대학교의 허스선 석좌교수(왼쪽)과 커위즈 교수(오른쪽)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월 10일 대만 푸렌대학교(輔仁大學) 동아시아연구센터의 허스선(何思慎) 석좌교수와 커위즈(柯玉枝)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허스선 석좌교수는 일본 연구 전문가로서 대만 외교 정책과 한일 관계를 연구해 왔으며 국민당의 국제사무부 부주임을 역임하고 있다. 커위즈 교수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연구 전문가다.

 

“지금은 강대국이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형국이다”. 허스선 교수는 트럼프 2기에서 기존 국제 관계에 변수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허스선 교수는 “트럼프는 기존의 외교 관료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정책을 운영한다.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커위즈 교수 역시 “강대국들이 현실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세계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일본은 아베 신조와 같은 강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커위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한국과 대만이 국방비를 증액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스타일은 동맹국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과 대만 모두 트럼프의 압력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도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 일본의 방위비는 약 78조 2000억 원으로 GDP 대비 1.4% 수준이다. 

 

이에 대해 커위즈 교수는 “일본은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해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커위즈 교수는 일본이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일본 국내의 반전 여론으로 인해 방위비 증액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커위즈 교수는 “일본 우파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외부 압력을 이용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의 군사적 격차를 줄이고, 북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미국만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일본 총리 교체 여부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도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커위즈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경우 국가의 생존을 최우선하는 신현실주의(Neorealism) 외교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즉각적으로 개입하지 않더라도 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다. 이전에는 대만이 군비를 증강했을 때 ‘독립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의 요구로 인해 따르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중국의 태도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이 정말로 국가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스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화가 없었던 한국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될 거라고 지적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허스선 교수는 트럼프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허스선 교수는 “대만이 방위비를 GDP의 10%까지 늘리면 국가 예산의 60%를 국방비로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도 트럼프가 요구하는 GDP 대비 3%까지는 증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대응 전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커위즈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만은 미국산 에너지를 더 많이 수입하거나,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비 증액과 같은 직접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대응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대만과 비슷한 상황이다. 허스선 교수는 한국이 특히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일본, 대만, 한국 모두 강대국 정치에서 약세에 있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특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협상력이 없고, 거래를 성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대응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두 교수는 입을 모아 트럼프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스선 교수는 “트럼프와 직접 대화하는 모델이 트럼프가 가장 선호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이러한 방식을 잘 활용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이 관계를 드러냈다. 문제는 대만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국은 대통령이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커위즈 교수는 “일본과 대만, 한국이 연대하여 공동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개별 협상이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고 미국 내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등의 옵션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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