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제약사 등이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의료인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이른바 ‘리베이트’ 내역을 담은 보고서의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에는 판촉영업자(CSO)의 지출보고서가 새롭게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조사 결과 의약품 판촉영업자의 69%가 1인 사업자이며, 이들은 제품설명회를 중심으로 금전 지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리베이트 지급에 대해서는 극소수만 제공했다는 답을 제출해, 지출보고서 제도의 자정 작용 유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촉영업자는 제약사가 본래 신약 개발 등 본업에 집중하도록 도입된 일종의 외주 영업 방식이다. 하지만 판촉영업자의 경우 정식으로 영업 신고조차 하지 않고, 제약사와 위탁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않은 채 업무를 보는 경우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심지어 이들은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한 통로로 이용돼왔다. 대개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적발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1인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리베이트는 더욱 음지로 숨어들었다.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사이 이들을 통한 리베이트 규모는 커져갔고, 최근에서야 법령 개정을 통해 이들도 리베이트 제공 금지 의무가 생겼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신고제’, ‘지출보고서 제출’ 등으로 판촉영업자 규모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출보고서 제도의 경우 보고서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주체가 스스로 작성하는 방식에 그치는 데다, 올해부터 포털을 통해 누구에게나 공개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업계가 경제적 이익 내역 등을 축소해 제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성실하게 작성한 이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예상대로 판촉영업자의 10% 미만이 경제적 이익 즉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제출하며, 지출보고서 공개가 오히려 단속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1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도의 경우 판촉영업자 1만 397개소(의약품 9959개소, 의료기기 438개소)가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를 두고 의약품은 5.8%인 574개소가, 의료기기는 9.8%인 43개소만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금전 지원 규모는 전체 151억 6300만 원 가운데 ‘제품설명회’ 125억 1300만 원, ‘임상시험’ 24억 5100만 원, ‘학술대회’ 1억 8900만 원, ‘시판 후 조사’ 10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업체 규모는 의약품의 경우 69%가 1인, 23.8%가 2~5인 사업장이었다. 의료기기는 41.09%가 2~5인, 36.30%가 1인 사업장이었다.
지출보고서 제도는 제약사, 유통회사 등이 의료인, 약사 등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 및 보관하는 것을 골자로,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2018년 도입됐다. 지출보고서를 작성·공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공개하는 경우 등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제재를 받는다. 판촉영업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보고서 작성 대상이 됐다. 법령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으로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구매 전 성능 확인을 위한 사용(의료기기만 해당)이 있다.
법령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보고서와 장부내역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도입 이후 2022년도와 2023년도 보고서에 대해 실태조사가 진행되는 데 머물렀듯 당국에서 관련해 상시로 보고서를 들여다볼 가능성은 낮다. 업계로서는 보관 및 공개 기간인 5년만 지나면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지출보고서 작성 및 공개 외에 업계가 자정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2만 1789개소(의약품 1만 3641개소, 의료기기 8148개소)가 지출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기업은 3964개소로 전체 제출 기업의 18.2%로 집계됐다. 1차 조사의 경우 전체 제출 기업의 27.7%였다. 제공한 경제적 이익 규모는 금액 기준 8182억 원, 제품 제공 기준 2119만 개로, 1차 조사인 7989억 원, 2048만 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제적 이익 제공 유형은 의약품은 ‘대금결제 비용 할인(거래일로부터 1개월 이내 결제 금액의 1.8% 이하 할인 등)’이 68.1%, 의료기기는 ‘견본품 제공’이 62.2%로 가장 높았다. 다만 ‘대금결제 비용 할인’의 경우 보고서에 비용 할인율과 건수만 담겨, 구체적인 금전 규모는 알 수 없다. 영업 형태별로는 제조업은 임상시험(72.3%), 수입업·판촉영업은 제품설명회(80.2%, 95.5%), 도매업은 비용할인(91.9%) 중심으로 금전을 지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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