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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넋 나간 수출입은행, '사택 보증금 횡령' 직원 사망 때까지 몰랐다

사망 이후 뒤늦게 파악하고 전액 환수…과거 무주택자용 사택 직원은 '갭투기' 논란

2025.02.18(Tue) 16:07:46

[비즈한국] 우리나라 공공기관 연봉 최상위권에 속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임차 사택 담당 직원이 자신이 살던 사택 임차 보증금 1억여 원을 개인 통장으로 빼돌리다 사망 이후 뒤늦게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수출입은행은 앞서 2020년 무주택자에게 제공한 직원용 사택과 합숙소에 살면서 갭투자를 벌인 직원들을 적발해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사택 제공에만 연간 200억 원을 쓰는 공공기관의 주거 복지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임차 사택 담당 직원이 자신이 살던 사택 임차 보증금 1억여 원을 개인 통장으로 빼돌리다 사망 이후 뒤늦게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전경. 사진= 최준필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해양프로젝트금융부 임차사택 담당자이던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사택의 임차 만료 시점인 2023년 3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 2000만 원을 본인 계좌로 수취했다. A 씨는 은행 보증금을 가로챈 지 10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A 씨 사망 열흘 뒤 사택 보증금 회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사고를 알아챘다. 

 

다행히 사고 금액은 모두 회수했다. 수출입은행은 보증금을 가로챈 A 씨를 고소했지만 관할 경찰은 지난해 2월 사망한 A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에 수출입은행은 A 씨 단체보험금과 경조금, 퇴직금 등을 회수하고 상속인과 잔여 사고금액에 대한 민사 조정절차를 밟았다. 결국 보증금은 사고 1년 9개월 뒤인 지난해 12월에서야 전액 회수됐다. 

 

사고 당시 수출입은행에는 직원 사택과 관련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나 사후 입주 사실 확인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사택 업무 담당자가 자신이 거주할 사택을 신청하는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는데도 직무 대리를 지정하는 등의 조치가 없었고, 사후 직원들이 실제 사택에 거주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미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부는 지난해 말 임차사택 사고와 관련해 주의를 촉구하고 관련 부서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임차사택 업무 관련 관리감독자이던 부장과 총무팀장은 감독 소홀, 당시 총무책임자는 임차사택과 관련한 계약체결, 사후관리 등에서 업무 처리 미흡이 확인됐지만, 사고금 전액이 회수된 점을 고려해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으로 처분했다. 인사부에는 임차사택업무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통보했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현재 무주택 직원이나 지방 근무 직원들의 거주 안정을 위해 사회생활 초기 하위 직급이나 지방 근무자를 중심으로 사택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 발생 이후 사택 담당 직원이 사택을 이용할 경우 대리자가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사택 이용자에 대해서는 현장 방문을 통해 입주 사실을 확인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사고 재발하지 않도록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사택에 대한 관리 부실이 드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지난 2020년 무주택자에게 제공한 직원용 사택과 합숙소에 살면서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를 한 직원 5명에 대해 ‘견책’ 징계했다. 직원 2명은 은행이 제공한 임차사택을, 3명은 은행이 제공한 합숙소를 이용하던 중 주택을 취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수의계약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지난 2년간 임직원 사택을 구하는 데 쓴 돈은 420억 원(194건)에 달한다. 전세 계약에 쓴 보증금이 342억 원(154건), 구매 계약에 쓴 매매대금이 78억 원(40건)이다. 지난 한 해만 따졌을 때 수출입은행은 전세 임차 계약에 135억 원(62건), 구매 계약에 58억 원(30건) 등 193억 원(92건)을 사택에 사용했다. 지점장 등 고위직 공관 44억 원(10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출은 모두 직원 임차사택이나 합숙소 용도로 확인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입과 해외투자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기획재정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자본재 수출과 자원 수입,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한편, 대외경제협력기금, 남북협력기금 및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운용·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상시 근로하는 임원과 정규직 직원은 총 1322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직원 연봉은 공공기관 최상위권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예산 기준 수출입은행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 132만 원으로 전체 9위를 차지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 디렉토리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 신입 연봉이 4967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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