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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연임'과 '지방 이전' 거래?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 논의 앞과 뒤

한국노총 "연임 보장과 같은 정치적 거래 의심"…농협 공식 입장 없어

2025.02.18(Tue) 09:24:40

[비즈한국]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최근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는 본사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23일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농협법인 ‘농협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를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수정하는 것이다. 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농협중앙회는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정하거나 지사무소를 둘 때는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문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등의 추가적인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울시는 2023년 기준 농가인구가 1만 3667명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농가인구가 가장 적다”고 설명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2월 7일 비슷한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지방에 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중앙회의 본사 이전은 KDB산업은행(산은) 본사 이전 작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산은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산은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와 마찬가지로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산은법은 산은의 본사를 서울특별시에 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아직 산은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1월 “산은의 부산 이전은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이전”이라며 “산은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시 원내대변인은 2023년 3월 “산은과 거래하는 기업의 69.2%, 산은과 거래하는 상장사의 72.2%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현실은 고려한 것인가”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업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봤는가”라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공개적으로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문금주 의원이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다수의 의원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사진=이종현 기자


다만 국회에서 농협법을 개정해도 농협중앙회의 협조 없이 본사를 이전하기는 어렵다.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에는 특정 지역이 아닌 ‘정관으로 정하는 곳에’ 본사를 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농협법 개정 후 농협중앙회 본사가 서울시에 있어도 문제가 없다.

 

공기업인 산은과 달리 농협중앙회는 엄연한 사기업이다. 산은 회장은 정부에서 임명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내부 구성원들의 선거로 선출된다. 표면적으로는 정부나 국회가 농협중앙회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농협중앙회 입장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본사를 이전할 필요성은 낮다.

 

농협중앙회 내부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다수의 농협 직원은 본사 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본사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수조 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은 농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농업인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금융노조 NH농협지부는 “본사 소재지를 강제로 변경해 수조 원의 이전비용을 발생시키고, 수만 명의 직원과 가족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탈하는 시도는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농협중앙회 본사의 지방이전이 불러올 피해는 명확한 만큼 사측은 입법 저지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입법 거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농협중앙회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목적이 농협 발전과 현실적 타당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구 의원들이 특정 지역 표심을 노린 정치적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법안 추진 과정에선 농협중앙회장 연임 보장과 같은 정치적 거래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농협중앙회 내부에서 회장 연임 관련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현행 농협법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위해서는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농협중앙회 제13차 정기이사회에서는 농협법 개정안 추가발의 추진 계획이 보고됐다. 해당 추진 계획에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현직 농협중앙회장 입후보 시 직무대행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역시 이사회 참석자로서 해당 문건이 사전에 배포되었기 때문에 셀프 연임 허용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 추진 사항이 포함돼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입법 거래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문금주 의원실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보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과 농협중앙회장 연임 관련된 법안이 동시에 발의됐다”며 “우리는 농협중앙회 연임 관련된 법안은 발의하지 않았고, 입법 거래 등 농협중앙회 측과 이야기된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입법 거래가 없었더라도 국회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런 논의도,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법안 발의부터 하는 게 어디 있나”라며 “본인 지역구에 농협중앙회 본사를 유치해 치적을 쌓으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을 뛰어 넘더라도 실제 법안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 향후 본사 이전 논의가 가시화되면 서울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이전을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의 경우 서울시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본사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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