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진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24년 8월 이후 30%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외국인 보유 금액은 2023년 말 738조 원에서 2025년 1월 666억 조원까지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105개 저평가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매주 한 가지를 선정해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분석하고, ‘국장의 추락’을 막을 기대주인지 알아본다.

코리아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2위 자리를 지켜온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반도체 종목의 양대 산맥이자 시가총액 1조 원을 넘긴 대장주다. 2월 17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1만 2000원, 시가총액은 약 156조 원이다.
주식 시장에서의 지표는 양호하다. 2월 17일 기준 SK하이닉스 주주 수익률은 1년 전 대비 41.2%, 6개월 전 대비 12.5%, 1개월 전 대비 7.7%다. 주가가 2024년 7월 24만 원대를 찍고 급락하면서 그해 9월 장중 14만 원대까지 내려갔으나, 현재는 20만 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휘발성 메모리)과 낸드 플래시(비휘발성 메모리)로,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이미지 센서) 생산과 파운드리 사업도 병행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기준 D램이 34%, 낸드플래시가 23%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인공지능(AI) 딥러닝 분야에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세대 HBM을 최초로 출시했고, 초고성능 AI 메모리인 5세대 HBM(HBM3E)을 처음 양산한 업체다.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시장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매출 66조 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 4673억 원, 순이익 19조 796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HBM과 기업용 SSD의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차원에서 발 빠르게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2024년 10~11월 지주사와 여러 계열사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 27일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밸류업 계획은 크게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설정 △계획 수립으로 나뉜다. 공시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의 현황과 밸류업 방안을 톺아봤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 규모가 3~4년 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시장에서 AI 메모리의 비중은 5%였지만, 2028년에는 무려 61%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수요처가 서버, PC, 스마트폰, 로봇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다. HBM 시장 선두에 선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성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는 “지난 10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1.9배 수준이었으나, 2024년에는 기존 구간을 넘어서며 2배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명시했는데, 실제로 SK하이닉스의 PBR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2023년 말 1.82, 2024년 9월 1.84에서 2월 17일 기준 2.73(한국거래소)까지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재무 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세웠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사이클이 있으므로 적기 투자로 경쟁력을 키우고,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갖추고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켜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 단기적인 이익 변동과 무관하게 미래의 투자를 지속할 수 있어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한 균형 잡힌 설비투자 원칙(CapEx Discipline) 실행 △D램, HBM, 낸드 분야의 미래 기술 대비로 차세대 제품 수요 선점 △차입금 축소, 투자 증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산 효율화로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적용할 새로운 주주환원책도 발표했다. 고정 배당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상향하고, 재무 건전성 목표를 달성할 경우 3년 누적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의 50% 범위에서 추가로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고정 배당금을 높이면서 기존에 지급하던 연간 FCF의 5%는 재무 건전성 강화에 우선 활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종합하면 파격적이진 않으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방안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밸류업 계획에 대해 아쉽지만 필요한 계획으로 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안정적인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한 밑 작업으로 판단한다”며 “그동안 약점이던 재무 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짚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계획에 대해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변동성 큰 업황에도 주주환원을 안정시키는 데 주목해야 한다”라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강화로 연결된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주가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출하량은 D램 10%, 낸드는 10% 후반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의 비수기인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형 반도체 가격과 출하량이 하락한 탓이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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