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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시진핑 김정은 직접 만날 것"

한국·대만 '패싱' 북중과 직접 대화 가능성 높아…대만에 방위비 증액 요구, 한국도 같은 상황

2025.02.17(Mon) 17:41:33

[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한국과 대만은 동병상련 처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만에 GDP의 10%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위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비즈한국은 ‘대만에서 읽는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대만의 정치·안보·경제 핵심 인물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하면서 미·중의 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92컨센서스’ 창안자인 쑤치(蘇起, 수치) 타이베이포럼기금회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의 재선은 미·중 간의 협상 여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쑤치 이사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이었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을 맡았다. 국민당 소속이지만, 초당적인 양안 정책을 수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월 10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만난 쑤치 타이베이포럼기금회(Taipei Forum Foundation) 이사장. 쑤치 이사장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은 각자 한다는 인식인 ‘​92컨센서스’​를 창안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쑤치 이사장은 2월 10일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쑤치 이사장은 “바이든 정부 시기 미·중의 대화 가능성이 10%에 불과했다면, 트럼프 2기에서는 30~4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의회에 대한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시진핑 주석,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쑤치 이사장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향이 대만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봤다. 그는 “당선 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극단적으로 발언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비즈니스적 사고로 대만을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한다. 현재 대만 정부 관료들은 매우 긴장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만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인식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도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방위비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만 정계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5%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현재 대만의 국방 예산은 GDP 대비 2.4%(약 27조 원) 수준이다. 

 

쑤치 이사장은 “올해 대만 국방 예산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만 행정부와 의회뿐 아니라 대만 여론도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대만 정치가 ‘민주적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대만 역시 집권당과 야당의 정치적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행정 수장과 지방 시장들을 파면하기 위해 정치적 수단을 사용하고,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입법위원을 파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만의 총통은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이지만, 입법원은 국민당 52석, 민진당 51석으로 여소야대 정국이다. 그는 반도체 관세 부과 등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관했다. 

 

쑤치 이사장은 ‘92컨센서스’를 처음으로 창안한 정치인이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공동의 인식이다.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개념이다. 그간 중국과 대만은 이 인식을 바탕으로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Cross-Strait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ECFA)’을 맺고 교류해왔다.

 

그러나 현재 ‘92컨센서스’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집권당인 민진당뿐 아니라 국민당조차 이 인식을 부정하고 있다. 쑤치 이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양안 대화는 불가능하다. 사실 92컨센서스라는 명칭보다 중요한 건 ‘상호 신뢰’다.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된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그 신뢰가 무너졌다. 양안 간 민간 교류도 줄었다. 국민당에서도 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중국에서 92컨센서스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쑤치 이사장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미국, 중국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만과 한국의 공통점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만큼 미국, 중국과 소통이 중요하다. 국내 정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수 온건파 및 진보 온건파와 소통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정당 간의 소통이, 외부적으로는 다자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상호 신뢰를 통해 실용적인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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