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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진화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불법 다단계·유사수신 금지하지만 실제 금융 거래에서 사기죄 입증하기 쉽지 않아, 소비자·기업 주의해야

2025.02.17(Mon) 16:14:2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사행적 방법을 이용한 회원 모집과 사금융 운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선릉역 사이는 일명 ‘다단계 메카’다. 선릉역 인근의 카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중년의 남녀 여러 명이 구석에 모여 투자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화를 옆에서 들어보면, 과거에는 생수·화장품 등 생필품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주로 가상화폐나 금융회사를 통해 투자하는 추세다.

 

그들의 투자에 참견할 필요는 없지만, 변호사로서는 불안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사행적 방법을 사용한 회원 모집이나 사금융 운영을 금지하고, 이를 엄하게 다스리기 때문이다. 주된 규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은 사행적 판매원 확장 행위로서 ‘누구든지 다단계판매 조직 또는 이와 비슷하게 단계적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된 조직을 이용해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제58조 제1항 제1호는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혹은 거래대금 총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판매 조직을 운영하면서 상품 거래 없이 돈놀이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상품 거래가 없으면 불법 다단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국내 다단계는 대부분 서비스 제공이 아닌 상품 거래를 매개로 운영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면 다단계 판매의 대상에 서비스를 제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서비스는 담보의 수단이 되기 어려우므로 다단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의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서비스의 운영은 사실상 다단계업자의 재량에 달려 있으므로 그 운영의 계속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실무적인 관점에서 방문판매법은 재화 없는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둘째,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제2조 각호 및 제3조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로서 장래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같은 법 제6조 제1항은 유사수신행위를 한 사람에게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금전(금융) 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면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장 먼저 검토하지만, 실제로 사기죄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전 거래는 본질적으로 투기적 성격이 있으므로 투자 위험이 용인된다.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시세 전망·가치판단 등은 투자자가 판단할 영역이므로 기망의 대상이 아니다. 셋째, 외부적 요소에 의해 투자 원리금 지급을 중단했는지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

 

유사수신업체가 금융사를 인수해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가장할 경우 일반 소비자는 불법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금전 거래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답답하겠지만, 위 내용은 실제로 사기죄 책임을 회피하는 논리로 널리 사용된다. 그렇다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돈놀이 규제를 포기해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자력으로 충분한 사람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은 주로 서민인데, 업체가 서민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므로 사금융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금융은 기업금융·부동산 컨설팅 등을 내세우는데, 사금융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명목으로 내세운 분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불법성이 짙은 자금 모집 영업 행위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2001년 유사수신행위법이 제정됐고, 법령에 따른 인허가 없이 원금 반환 및 수익금 지급을 약정하면서 자금을 융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게 됐다.

 

앞에서 금전 거래만으로는 사기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금전 거래와 불법 행위가 결합한 사례가 많다. 그래서 “유사수신행위법은 사기죄를 증명하는 징검다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사수신행위에 동원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예시로 부실채권, 관광 레저 개발, 부동산 경매 물건, 수목장 분양 사업, 상가 임대·관리 등 부동산 사업이 있다. 주식 투자, 크라우드 펀딩, FX 마진, 종합금융 컨설팅, P2P 상품 투자 등 금융 투자 사업도 자주 사용된다.

 

심지어 유사수신업체가 제도권 금융회사를 인수해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가장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보험설계사 등 전문가를 동원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일반인 입장에서 사업의 실체가 없는 유사수신행위인지, 정상적인 금융거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불법 다단계나 유사수신행위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확인할 점은 다음과 같다.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을 보장하는지 △사업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비현실적인지 △다른 사람의 모집을 권유하는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았는지 △계약서 등의 서류를 구비했는지 등이다.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실제로도 위와 같은 범죄가 성립되면 처벌 수위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업을 하려는 회사가 본의 아니게 엄청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없는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면서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판매 조직을 운영해 영업비용을 절약하려고 구상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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