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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향수 편집숍 줄줄이 종료…스몰럭셔리 빠진 자리엔 '불황의 향기'

에스제이그룹·LF '온라인 매장'만 유지…시장 줄고 환율 오르면서 실적 악화

2025.02.17(Mon) 15:39:25

[비즈한국]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고환율 영향까지 겹치며 고가 향수로 불리는 ‘니치향수’ 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 시기 ‘스몰 럭셔리’ 바람이 불면서 니치향수 전문 편집숍들이 여럿 오픈했는데, 최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줄줄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

 

에스제이그룹에서 운영하는 니치향수 편집숍 ‘피스피스피스’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 6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사진=피스피스피스 홈페이지

 

#마니아층 대상 운영했지만 시장 쪼그라들어

 

에스제이그룹의 니치향수 편집숍 ‘피스피스피스(PSPSPS)’ 오프라인 매장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오프라인 매장 철수 후에는 온라인몰만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성수동에 문을 연 피스피스피스 매장은 니치향수 마니아가 즐겨 찾는 편집숍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영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매장 운영 종료가 결정됐다. 에스제이그룹은 백화점에 입점했던 피스피스피스 매장도 모두 정리한 상태다.

 

헬렌카민스키, 캉골 등의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를 확보한 에스제이그룹은 2023년부터 니치향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회사인 에스제이뷰티를 통해 프랑스 ‘줄리엣 헤즈 어 건’, 이탈리아 ‘로렌조 빌로레시’, ‘플로리스 런던’, ‘오디딸리’, ‘알타이아’, ‘토일렛페이퍼 뷰티’ 등의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선보였다. 지난해 6월에는 니치향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피스피스피스 온라인 몰을 론칭했고, 9월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에스제이그룹 관계자는 “성수동 매장은 오프라인 팝업 형태로 선보인 곳이다. 팝업 매장이다 보니 유동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올해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몰 운영만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에스제이그룹이 니치향수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온라인몰에도 제품 입고가 원활히 되지 않아, 인기 상품 대부분이 품절 상태다. 에스제이그룹은 지난해 11월 경영효율과 사업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자회사인 에스제이뷰티를 합병했고, 뷰티 사업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온라인몰 운영 방향 등은 조금 더 지켜보려는 상황”이라며 “아직 사업 철수나 코스메틱 사업 축소 등은 확실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LF가 2022년 국내에 들여온 니치향수 편집숍 브랜드 ‘조보이’는 오프라인 사업 정리 후 온라인에서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LF 홈페이지

 

LF가 전개해온 니치향수 편집숍 ‘조보이’도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현재는 온라인몰, 카카오 선물하기 등에서만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LF는 2022년 4월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숍 브랜드인 ‘조보이’를 국내에 들여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등에서 매장 운영을 해왔으나 현재는 모두 정리한 상태다.

 

LF 측은 판매 채널 전략에 변화를 준다는 방침이다. LF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향수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은 정리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를 전개하려는 것”이라며 “LF 편집숍인 압구정 라움이스트에서는 니치향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보이가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한 데 이어 최근 대규모 세일을 이어가면서, 일부 고객들은 국내 사업 철수가 임박한 것 아니냐며 불안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LF 측은 “철수 계획은 없다”며 “다만 제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화점에 입점했던 니치향수 편집숍도 하나둘 방을 빼는 분위기다. 한 소비자는 “최근 자주 이용했던 백화점 향수편집매장으로부터 3월 초 매장을 철수하게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직구로만 구입 가능했던 제품을 살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는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불경기, 고환율 여파로 최근 백화점에 입점했던 니치향수 매장도 하나둘 폐점하는 분위기다. 사진=피스피스피스 홈페이지

 

#불경기·고환율로 사업성 떨어져

 

니치향수 시장은 팬데믹 시기 급격히 성장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화장품 구매가 줄어든 대신 향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고, 특히 2030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 붐이 일면서 니치향수 소비가 확대됐다.

 

‘프리미엄 향수’로 통하는 니치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프리미엄 원료로 만든 럭셔리 향수다. ‘틈새’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니치아(nicchia)에서 유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남과 다른 향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향수 브랜드 대신 희소한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니치향수에 열광했고, 시장도 확대됐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19년 5270억 원이던 니치향수 시장 규모는 2021년 6250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하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 지갑이 닫히고, 니치향수 시장도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백화점 니치향수 편집숍 직원은 “예전과 비교하면 브랜드 라인업이 많이 줄긴 했다. 지금은 판매율이 괜찮은 일부 브랜드만 매장에서 시향 및 판매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만 유통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니치향수 대부분이 수입 향수이다 보니 최근 환율 상승의 여파로 수입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고객층을 확실하게 확보한 유명 브랜드의 경우 가격을 올리며 버티고 있지만, 소수 마니아층의 수요에 의존하는 브랜드를 수입하는 업체 사이에서는 니치향수 사업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니치향수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보다는 마니아층의 선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수입 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사업성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니치향수 시장이 당분간 고전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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