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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머스크, 너마저!" 극우당 활개에 독일 투자업계 일어섰다

경제 위기 속 '독일대안당' 급부상에 스타트업계 '긴장'…반헌법·반유럽연합·반글로벌리즘 기조 우려

2025.02.17(Mon) 13:44:24

[비즈한국] ​독일은 ​오는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지난 2021년 총선 이후 3년 만이다. 2021년 총선 이후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자유민주당(FDP), 녹색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숄츠 총리는 경제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은 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정장관을 해임하고 자신의 신임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숄츠의 불신임이 결정되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12월 27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확정했다. 독일 경제 위기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요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당)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 20%의 지지를 얻으며, 기독민주당(CDU)에 이어 독일 제2당이 되었다. AfD가 2017년 연방선거에서 12.6%를 얻어 원내에 진입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1년 3월, 독일 연방헌법수호청(BfV)은 AfD를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지정하고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독일 고등행정법원(NRW)은 연방헌법수호청(BfV)의 AfD 감시 활동이 합법적이라고 판결했다. 사진=BfV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주류 정당 대부분은 AfD와의 공식적인 협력을 거부하고 극우 세력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런데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가 이민 정책 강화를 위해 AfD와 협력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가뜩이나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아져 불안감이 커질 때쯤, 일론 머스크가 ‘불청객’으로 등장하면서 독일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머스크는 AfD의 총선 유세에 화상으로 등장해 지지연설을 하는가 하면, 독일 언론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독일 기술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커다란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정치에는 말을 아끼던 VC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아질까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고,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온 독일에서 왜 이렇게 극우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일까. 독일 경제는 최근 GDP 성장률 저조,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 불안이 심화되자 독일 국민들은 정부에 불만이 커지고, 극단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당에 지지를 보내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민자가 연루된 큰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AfD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 중 하나로, 2015년 이후 난민과 이민자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사회 불안이 이민자들 때문’이라는 논리가 부지불식간에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반발심이 AfD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16년간 재임한 메르켈 총리 이후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책임론도 대두된다. 특히 경제 및 에너지 정책에서 확실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연정을 이룬 타 정당과 지속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 세력에 회의를 품고 AfD로 이동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진=독일 정부

 

#비정치적인 태도를 유지할 시간은 끝났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AfD의 반(反)헌법적인 행보뿐만 아니라 반(反)유럽연합, 반(反)글로벌리즘 기조가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독일 VC들은 우려한다. 특히 해외 투자자와의 협력을 위축시키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려가는 데 필수적인 해외 유능한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치적 무관심을 유지할 수 없으며,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특히 독일 VC 업계는 ‘기술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 없이는 독일의 미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미·중 패권 전쟁에서 독일과 유럽의 기술 주권이 새우 등처럼 터지는 지금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경고음이 되고 있다.

 

VC 기업 PT1은 최근 여러 정치인을 초청해 스타트업과 정책의 간극을 좁히는 행사를 개최했다. PT1은 베를린과 런던에 기반을 둔 VC로 부동산, 인프라, 에너지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기독민주당의 토마스 야르좀벡, 녹색당의 프란치스카 브란트너 박사, 전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 등이 참석했다.

 

VC 기업 PT1은 최근 여러 정치인을 초청해 스타트업과 정책의 간극을 좁히는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PT1


행사에서는 미래를 위해 3T, 즉 관용(Tolerance),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독일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경제적 입지 조건을 제공하는지, 녹색당과 FDP 간의 차이는 정말 극복할 수 없는지, AfD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어떤 정치적 조치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PT1의 대표 파트너 니콜라스 사미오스는 이날 “더 이상 비정치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스타트업 업계가 적극적으로 정책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산업이 독일 경제 성장의 핵심임을 정치인들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하고,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으면 독일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스타트업협회(German Startup Association) 회장 베레나 파우스더 역시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대화하며 스타트업 지원 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독일은 관료주의, 성장 자본 부족, 인재 부족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 개혁이 필수”라며 강력한 목소리로 “정부가 스타트업을 단순히 작은 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경제 불안과 정치적 변화는 스타트업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규제, 국가 지원금 등 직접 타격을 주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정치와 동떨어지기란 좀체 쉽지 않다. 따라서 업계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흐름이다. 독일 VC들은 AI 및 테크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고 유럽이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런 경쟁 속에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AfD의 총선 유세에 화상으로 등장해 지지연설을 하는가 하면, 독일 언론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혁신을 이야기하는 스타트업계는 과거로의 회귀와 폐쇄주의, 파시즘을 연상하게 하는 극우 정당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혁신가들의 우상 같던 일론 머스크가 극우 정당을 지지하자 혁신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질문을 던져보자. 그가 그러는 데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 사업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유럽의 규제 강화가 그가 소유한 SNS 플랫폼 X에 끼치는 영향이 있고, 그래서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것일 수 있다. 주당 120시간씩 일해야 자기처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갈아넣어야’ 얻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지우고, 프로그램 하나를 새롭게 코딩하듯이 계속해서 ‘반이민자, 반EU, 군사력 강화’를 외치며 독일 극우 정당과 연합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모두 혁신과는 매우 동떨어진 방향이다. 스타트업계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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