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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앱 개편에 '자영업 망했다' 곡소리 나오는 까닭

정액제 광고 종료 후 정률제 광고 도입, 기타주문에도 수수료 부과…배민 "다수 만족하는 방향으로"

2025.02.11(Tue) 17:16:33

[비즈한국] 쿠팡이츠의 맹추격에 위기감을 느낀 배민이 다음 달부터 대대적인 앱 개편에 들어간다. 배민은 이번 앱 개편이 소비자와 업주 모두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우아한형제들이 3월부터 배달의민족 앱의 대대적 개편에 들어간다. 사진=최준필 기자

 

#“수천만 원 들여 ‘찜’ 늘려놨는데 허사” 일부 자영업자 불만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 개편에 들어간다. 현재 ‘음식배달’, ‘가게배달’ 등 2개 탭으로 분리된 배달의민족 앱 화면을 ‘음식배달’이라는 하나의 탭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같은 가게라도 배달 방식에 따라 배민 자체배달은 ‘음식배달’에, 대행업체 배달은 ‘가게배달’ 탭에 노출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하나의 가게 상세 화면에서 알뜰배달, 한집배달, 가게배달, 포장·방문 등을 한 번에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오는 3월 7일부터 세종시를 시작으로 앱 통합 개편을 지역별 순차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게배달 탭이 사라지면서 울트라콜 광고 상품의 운영 종료도 결정됐다. 울트라콜은 가게배달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월 8만 8000원의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업주가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그 지역 고객에게 가게가 노출되도록 설계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울트라콜 종료가 업주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울트라콜 관련해 이른바 ‘깃발꽂기’라는 무제한 출혈경쟁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울트라콜 종료 소식을 반기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배민 앱 개편을 업주와의 상생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배민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정액제 광고인 울트라콜이 사라지는 대신 정률제 광고 상품인 ‘오픈리스트’를 반강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가게배달 이용 시 오픈리스트를 적용하지 않으면 배민 앱에 가게가 노출되지 않는다. 정액제인 울트라콜과 달리 오픈리스트는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만큼 주문 건수가 많은 업주에게는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배달앱 입점 업체들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을 하며 ‘찜’ 수를 늘려왔다. 찜한 가게 리스트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 개편 후에는 기타주문에도 6.8%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던 ‘기타주문’에도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배민은 찜, 장바구니, 주문내역 등 광고가 아닌 곳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는 방식은 기타주문으로 분류하고 중개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수익성을 높이고자 기타주문 비중을 늘리려 애써온 상황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찜’ 해놓은 가게 리스트를 통해 고객이 주문하면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앱 개편을 빌미로 배민은 기타주문에 대해서도 모두 오픈리스트 수수료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찜 수를 늘리기 위해 투자한 비용만 몇천만 원이다. 이렇게 한순간에 그간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게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앱 개편으로 점주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만 볼 수는 없다. 울트라콜을 잘 활용하던 분들은 (개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어 반응은 갈리는 상황”이라며 “모든 사람을 동시에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보니 대다수 업주와 고객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전했다.

 

배달 시장의 경쟁 심화로 자영업자의 부담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임준선 기자

 

#쿠팡이츠·배민 경쟁 심화에 자영업자 부담만 늘어나

 

배달 시장에서 배민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한 업주는 “쿠팡이 지난해 무료배달을 시작한 뒤로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아졌다. 언론에서는 배달 시장에서 쿠팡이츠 점유율이 30~40%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그보다 높다. 요즘은 배달 주문 10건 중 8건이 쿠팡이츠”라며 “이렇다 보니 배민은 조급해지고, 쿠팡이츠 견제를 위해 자영업자만 쥐어짜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 경쟁으로 배달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쿠팡이츠는 자체배달 서비스(주문부터 배달까지 쿠팡이 수행)만 제공하며, 광고 상품도 정률제 단일 상품을 적용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급격한 성장세가 이어지자 배민도 점차 쿠팡의 전략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앱 개편으로 정률제 광고 상품만 운영하기로 했고, 자체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배민이 곧 가게배달 폐지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이라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체배달을 선호하는 흐름이라 점점 배달 시장에서 가게배달 이용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다만 가게배달 폐지에 대해서는 현재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업체들이 당장 수익성만 쫓을 것이 아니라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자영업자는 “치킨 장사를 시작한 지 20년인데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다. 처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아무리 일을 해도 남는 게 없으니 장사를 계속하는 게 맞나 싶다. 열심히 일해서 배달 앱 업체의 배만 채워주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정말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하게 될 거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배달 앱도 버틸 수 없는 게 아니냐. 상생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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