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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 의견 '선택적 수용'? 검찰, 이재용 상고 결정 뒷얘기

불기소 결정 땐 안 따르더니 상고 결정 땐 따라…"무죄 나오면 담당 검사도 책임져야" 지적

2025.02.10(Mon) 11:23:42

[비즈한국]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사건을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1·2심 법원이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상고심의위까지 열어 검토한 끝에 대법원까지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4년 넘게 재판을 받아온 이 회장은 이제 1년여의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1·2심 법원에서 내리 무죄가 나왔는데 상고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불기소를 결정한 심의위 판단을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더니, 무죄가 나왔을 때에는 심의위에서 상고 결정한 것을 명분 삼자 ‘검찰이 입맛대로 심의위 판단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상고 여부, 상고심의위 판단 따랐다? 

 

검찰은 상고하며 “2심 법원 판단은 다른 사건에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과 분식회계를 인정한 판결들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형사상고심의위원회 판단이 주효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모두 19개.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계획·추진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이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도 지난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상고심의위원회가 열린 서울고등검찰청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4년 넘게 ‘사법리스크’를 만들어낸 검찰에 비판이 쏠렸다. 이에 검찰은 상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교수, 법조인 등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심의위를 개최했다.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검사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한 사건의 상고를 제기하고자 할 경우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교수, 관계 전문가 등 위원 6명이 참여했는데, 90분간의 회의에서 검찰 수사팀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근거 삼아 상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무죄 비율 따져 인사에 반영해야” 

 

결국 심의위는 결국 ‘상고해볼 필요가 있다’로 뜻을 모았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뿐 아니라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전현직 임원 13명에 대해서도 상고를 제기했다. 

 

검찰의 ‘심의위 의견 존중’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기소하던 2020년 당시에도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소심의위가 열렸는데 당시 심의위는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결국 검찰이 기소를 강행했기 때문.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나오자, 당시 검찰 수사팀장으로 수사와 기소를 주도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소 제기 담당자로서 법원을 설득할 만큼 단단히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상고심의위 의견을 존중한다며 상고를 강행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을 포함한 현 대검찰청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간부급 검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가 받아서 기소하는 과정을 놓고도 ‘대체 총장의 계획이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수사팀에서 나온다”며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이들이 심의위를 명분으로 내세워 결정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 ‘수사 및 기소 검사도 무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현직 판사는 “오랜 기간 검찰 인사를 보면, 무죄가 나도 정권에서 지시한 수사를 강행해 기소한 특수부 검사들은 인사에서 승승장구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하지 않은 이들은 좌천이 되는 게 특징이지 않냐”며 “수사 과정에서 무리하게 구속된 이들이 무죄가 나면 배상을 받듯, 수사 검사도 유·무죄 비율을 따져 인사에 반영하거나 페널티를 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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