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원랜드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강원랜드는 이삼걸 전 강원랜드 대표가 2023년 12월 사임한 후 1년 넘게 대표이사직이 공석이다. 현재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원랜드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6개월 동안 전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추위의 향후 계획도 정해진 것이 없다. 강원랜드에 대표이사 선임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 사진=강원랜드 제공](/upload/bk/article/202502/thumb/29039-71134-sampleM.jpg)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했다. 임추위 위원은 총 5명으로 비상임이사 3명과 이사회에서 선임한 2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임추위는 구성 6개월이 되도록 회의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강원랜드는 학과 일정, 명절 연휴, 국정감사 등의 이유로 위원들 간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임추위가 회의 일정도 수립하지 않는 등 활동을 시작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이사 선임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강원랜드는 이삼걸 전 대표 선임 당시 2020년 11월 임추위를 구성했고, 그해 12월 대표 후보 공모 공고를 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위원 중에 교수도 있는데 학과 일정이 있었고, 국정감사 준비도 있고 하다 보니 (회의가) 연기된 상황”이라며 “아직 정해진 일정은 없고, 준비해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부사장)이 지난 1월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원랜드 제공](/upload/bk/article/202502/thumb/29039-71133-sampleM.jpg)
일각에서는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강원랜드 이사 선임은 정권의 뜻이 강력하게 반영되는 구조다.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임추위 추천을 받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의결과 주주총회 의결을 거친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원랜드 상임감사위원은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강원랜드 비상임이사는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고, 상임이사는 강원랜드 대표이사가 임명한다.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비롯해 강원랜드 이사진 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선임됐다. 윤석열 정부와 ‘코드’가 맞다는 평가를 듣는다. 최 대행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초대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맡았다. 국민의힘 소속인 권순영 전 고양시 의원, 임남규 전 강원도 의원도 강원랜드 비상임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강원랜드 이사진을 장악하고 있으니 임추위로서도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에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한 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정권이 교체된다. 강원랜드가 대표이사 공모를 빨리 진행하더라도 최종 선임까지 2~3개월가량이 걸릴 텐데, 그 사이 정권이 교체되면 차기 대통령 의중에 따라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임추위가 섣부르게 움직이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실제 그간 강원랜드 대표이사들은 정권과 연관이 깊은 인사들이 차지했다. 함승희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취임했는데, 그는 2008년 친박연대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에는 문태곤 전 감사원 제2사무총장이 강원랜드 대표로 취임했다. 문태곤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다.
2020년대 들어서도 낙하산 의혹이 이어졌다. 2021년 취임한 이삼걸 전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비슷한 시기 취임한 심규호 전 부사장은 이광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리조트나 카지노 등 레저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원랜드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김진태 지사 취임 후에도 강원랜드 대표 선임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강원랜드는 예나 지금이나 임추위를 통해 대표이사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임추위를 통해 대표이사를 공모하기 때문에 낙하산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임추위는 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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