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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하청업체 '갑질'로 공정위에 '경고' 조치 받았다

상표권 계약 갱신 거절해 하청업체 파산 위기…공정위 "거래상 지위 남용 사례이나 특정 거래처에 한정"

2025.02.06(Thu) 16:44:31

[비즈한국] 지난해 윤리 경영을 선포한 한샘이 하청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샘을 공정위에 신고한 하청업체는 대기업 갑질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며 한샘을 상대로 14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 판결은 이번 소송의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샘이 하청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판단

 

1월 13일 공정위는 한샘이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6호(거래상 지위 남용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샘이 하청업체의 상표권 사용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이 상표를 사용한 상품의 구매도 거부한 것을 두고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샘의 하청업체 ‘오젠’은 2023년 공정위에 한샘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했다. 오젠 측 주장에 따르면 한샘은 오젠에 2021년 7월 공기살균기 상표 사용을 승인하고, 2만 대 구매의향서를 작성해 개발에 착수하도록 했다. 2022년 2월에는 4000대를 발주해 제품을 납품받기로도 약속했다.

 

하지만 납품을 한 지 불과 2~5개월 후 한샘은 오젠에 상표권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오젠은 미리 생산해둔 제품을 모두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한샘 오젠’ 상표를 제품 자체에 각인했기 때문에 재고 전량을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오젠과 협력업체가 줄도산했다. 이들은 한샘 본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열고 공정위에도 한샘을 신고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는 한샘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갱신 거절은 거래의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공정위 결정문에 따르면 “(상표권 갱신 거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조사인(한샘)의 당시 대표이사가 ‘브랜드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사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거래 거절로 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거래를 단절한 데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한샘의 위반행위가 신고인(오젠)에게 한정된 피해구제적 사건인 만큼 ‘경고’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경고 조치는 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되 사안이 특정 거래처에 한정된 피해 사건이거나 피신고인의 매출액 규모나 점유율이 작을 경우에 의결하는 조치다. 경고가 누적될 경우 벌점 부과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한샘은 2월 13일까지 공정위 판결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한샘 방배동 사옥. 사진=박정훈 기자

 

#한샘, 하청업체 대표에 형사소송 제기했지만 불기소 처분

 

이번 공정위 판결은 한샘과 하청업체 오젠의 법적 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젠은 한샘의 상표권 갱신거절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며 2023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샘에 140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오젠 관계자는 “공정위 판결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계약 체결상 과실 책임, 상표 사용 금지에 대한 구매 거절 등을 청구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공정위 판결 외에도 한샘이 제기했던 형사 고소 역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만큼 (한샘의 책임이) 입증됐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오젠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한샘은 지난해 오젠 대표이사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등 6가지 항목으로 형사고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12월 ​“피의자는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며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한샘은 윤리경영을 선포했다. 준법감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한샘과 임직원이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 책임과 준법 의무를 담은 ‘한샘인의 다짐’을 공표했다. 6개 조문으로 구성된 ‘한샘인의 다짐’ 중 하나는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 추구’다.

 

오젠 관계자는 “2년여간 한샘과 싸움을 이어왔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업체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샘과 거래를 해야 하다 보니 다들 끙끙 앓으며 숨어 있는 것”이라며 “오젠은 400억 원 이상으로 가치평가를 받았던 회사인데, 예정됐던 투자가 모두 뒤집히고, 직원들은 모두 그만두고, 회사는 휴업 상태가 됐다. 대기업이 작은 기업을 죽이기로 마음먹으니 우리 같은 회사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샘 측은 “​윤리경영실과 변호사 검토 등을 걸쳐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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