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콜롬비아에 방산품목 수출 제재를 단행했다. 당장 미국 무기에 의존도가 높았던 콜롬비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제재로 인해 군사력 약화가 예상돼 현재 진행 중인 마약 칼르텔과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콜롬비아를 두고 미국이 방산 제재를 가하는 지금이야말로 방산 수출 확대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페인 방산 매체 ‘인포디펜사(infodefensa)’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의 모든 무기 공급 및 판매, 방산시스템 관리를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에 근거할 것을 공표하면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했다.
이 조치에 따라 우선 미국이 콜롬비아 공군에게 위성사진을 제공하던 것이 멈출 전망이다. 콜롬비아 해양경비대에 제공하던 안전 보트 관리도 중단된다. 콜롬비아 경찰과 육군에서 사용하는 록히드마틴의 UH-60A/L 블랙호크 헬기 운용지원도 중단은 물론이고 운용을 불허하는 지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는 현 정권 직전까지 미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에 대한 방산 의존도 역시 매우 높았던 상황.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양국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 콜롬비아에 불법 마약 생산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 바 있으며, 재집권 후에도 마약 생산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송환 정책 문제 역시 양국 갈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방산 제재는 콜롬비아 방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공군에서 도입 예정인 전투기 사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에 미국이 개입돼 있는데, 이번 제재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콜롬비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의 군사적 도움이 사라지면서 콜롬비아 군사력이 많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진행 중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에서도 불리한 국면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방산 제재를 가한 지금이 한국 방산이 콜롬비아 시장을 확대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실제 콜롬비아와 한국은 지속적으로 방산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한-콜롬비아 ‘제4차 고위정책협의회’에서 호르헤 로하스 로드리게스 콜롬비아 외교차관과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방산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김 차관은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한국의 국방·방산 기업들이 콜롬비아의 안보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콜롬비아 시장을 선점한 곳은 LIG넥스원이다. LIG넥스원은 2011년 국내 방위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콜롬비아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중남미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콜롬비아 공군은 기존 전투기의 항공전자장비를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장착할 수 있는 공대지 유도폭탄 ‘KGGB’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콜롬비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공격기인 FA-50의 잠재적 수출국이다. 아직 계약에 이르진 못했지만, 한국 방위사업청과 콜롬비아 군 감항당국(항공우주군)이 지난해 2월 군용 항공기 감항 인증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해 FA-50 도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콜롬비아 방위사업의 주요 프로그램 중 미국 의존이 심한 것이 차륜형 장갑차, 헬기, 경공격기, 무인기 등으로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가진 제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과거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이 지금처럼 압박을 가할 때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대처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제 무기를 공급받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과의 외교적 문제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금이 우리가 콜롬비아 방산 수출을 확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
'1조 9000억'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KAI·대한항공 격돌
· [밀덕텔링]
[단독] KF-21 대공병기 '단거리공대공유도탄-II' 형상 최초 공개
·
"대통령도 장관도 없는데…" 창설 80주년 해군 국제 관함식 연기되나
·
MANET 사업, 독자기술 가진 휴니드가 LIG넥스원에 패배한 까닭
·
KAI 기동헬기 '수리온', 중동 수출 '연타석 홈런' 기대감